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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네트워크

Posted July. 09, 2013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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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 주말 아침, 친한 언니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톨게이트가 뻥뻥 뚫린다는 글을 올렸다. 상습정체구간이 웬일로 한산하냐고 물었다가 핀잔을 들었다. 너는 명색이 교육 기자라면서 중고교 기말고사가 다가오는 줄도 모르냐고 했다.

나도 기말고사가 목전이라는 건 알았다. 기말고사가 고속도로 교통량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줄은 몰랐다. 언니의 말에 따르면 기말고사 한 달 전부터는 엄마 네트워크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시기라서 백화점도 덜 붐빈다고 했다. 막연하게 들어온 엄마 네트워크가 도대체 뭔지 궁금증이 일었다. 중고생 자녀를 둔 지인들에게 시스템을 물어보니 대략 이랬다.

먼저 사교육에 밝은 일부 엄마, 즉 돼지엄마를 중심으로 학교별 기출문제를 잘 뽑아내는 학원, 단기간에 성적을 올리는 과목별 과외교사에 대한 정보가 돈다. 돼지엄마와의 인맥을 통해 정보 획득에 성공한 일반 엄마는 아이를 실어 나르느라 여행이고 쇼핑이고 올스톱이다. 특히 대학입시에 반영되는 마지막 내신인 고3의 1학기 기말고사는 정보전 수준이라고 했다.

엄마 네트워크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내신 경쟁이 붙으면 같은 학년 엄마끼리의 네트워크는 무용지물이다. 한두 학년 위의 선배 엄마 네트워크를 따로 만들어 둬야 한다. 과목에 따라 네트워크의 규모도 달리해야 한다.

물론 이는 일부 지역, 일부 엄마의 얘기다. 하지만 이런 소수 그룹 사이의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보니 믿기 힘든 일도 벌어진다. 이번에 들은 이야기 중에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서울 모 호텔 뒤편의 호스트바 문화였다. 철저한 회원제로 기존 회원 2명의 보증을 받아야 갈 수 있다는 이곳의 손님 중에는 중고생 학부모인 중년 여성이 적지 않다고 한다. 엄마 네트워크를 다지기 위해 정보 없는 엄마가 돼지엄마를, 또 돼지엄마가 1등 학생의 엄마를 접대하는 아지트라는 얘기. 여기서 과외그룹을 만들었다는 고교생 학부모는 처음에는 이래도 되나 싶었는데 진짜 애 성적이 오르니까 멈출 수가 없다고 했다.

요즘은 이런 엄마 네트워크가 영유아 단계까지 내려왔다. 자녀가 서너 살만 돼도 엄마들이 삼삼오오 영재교육 기관을 골라 다니며 인맥을 만들고, 이를 영어유치원이나 사립초등학교까지 이어가려는 트렌드라고 한다. 산후조리원을 주로 찾아다니는 교구 판매원들이 이른바 조리원 동기의 엄마 네트워크를 관리해 준다는 점을 마케팅 전략으로 삼기도 한다.

엄마 네트워크로 무장한 아이를 그러지 않은 아이들이 넘어서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문득 몇 해 전 자녀를 명문대에 보낸 엄마들을 취재하다가 설마 아이 낳고도 계속 일할 건 아니죠? 무책임하게라는 질문을 받았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이러니 대한민국에서 사교육을 없애는 유일한 방법은 모든 엄마들을 강제로 취업시키는 것뿐이라는 실없는 소리가 떠도나 싶어 씁쓸해진다.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