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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만 날것 서비스업 대책 또 알맹이 뺐다

싸움만 날것 서비스업 대책 또 알맹이 뺐다

Posted July. 05, 2013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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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해보고는 싶었지. 근데 해봤자 만날 시끄럽게 싸움만 나고. 국회 가서 지금까지 (통과가) 된 적이 없어. 정부가 서비스산업 1단계 대책을 발표한 4일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뭔가 알맹이가 빠진 것 같다는 지적에 이같이 답했다.

이번 대책은 박근혜 정부의 첫 서비스산업 육성 대책으로 교육 의료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에 대한 현 정부의 기본적인 인식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발표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열심히 서비스업 규제 완화를 외치고 관련 대책만 수십 차례 냈던 이명박 정부도 정작 서비스업 발전을 가로막는 대못을 뽑는 데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정부가 관계 부처 합동으로 배포한 정책 자료에는 그동안 고급 일자리 창출과 서비스업 발전을 위해 시급한 과제로 거론됐던 굵직한 사안들이 모두 빠졌다.

그 대신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갈등 과제는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한 구절만 담겼다.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일명 영리병원) 도입, 외국의 영리교육기관 유치, 약국법인 설립 등 지난 10년 동안 논의만 무성한 채 실질적인 진전이 없었던 수많은 과제는 다음을 기약하며 언급만 하고 지나간 것이다. 기재부도 할 말이 많다. 기재부 관계자는 영리병원 같은 문제는 국회는커녕 부처 간에도 의견 조율이 안 된다며 상황이 이런데 무리하게 우리만 치고 나가기보다는 되는 것부터라도 먼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심지어 융복합 규제 완화의 사례로 대통령이 추진하라고 지시했던 원격진료 허용마저 이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공식적으로는 아직 협의가 끝나지 않았다는 게 이유지만 사실은 다르다. 정부 당국자는 원격진료를 허용하려면 현행 의료법을 고쳐야 한다. 그런데 의료법에 손을 대야 한다고 말하는 순간 국회에서 통과될 확률은 제로가 된다고 털어놨다. 특정 부문을 성역화하는 한국사회의 이념적 도그마(독단적 신념)가 새로운 정책을 구상하고 생산해야 하는 관료들의 패배주의를 낳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기재부와 미래창조과학부, 문화체육관광부는 서울 수출입은행에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등 세제 혜택을 받는 서비스 업종을 확대하고 서비스 기업들의 공공요금 부담을 제조업체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는 등의 내용을 담은 서비스산업 1단계 대책을 발표했다.

현 부총리는 서비스 산업의 발전은 우리 경제의 명운()과 관계가 있다며 단발성 대책이 아닌 중장기 시계를 가지고 발전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단계 대책의 주제와 발표 시기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세종=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