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나라 빗장 풀고 세계에 식량지원 호소하라

북한이 군량미()를 풀어 주민에게 배급하고 있다. 평양 혜산 청진 등 주요 도시에서 3개월째 군량미 창고를 열어 직장에 다니는 성인에게 매달 보름치, 부양가족은 열흘치 식량을 배급했다. 전쟁에 대비해 쌓아놓은 군량미를 배급용으로 풀 수밖에 없을 정도로 북한 식량난 절박한 것이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을 지날 때도 군량미를 줄이기는 했지만 주민 배급용으로 쓰지는 않았다.

북한의 식량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올해 닥친 고통은 김정은이 자초했다. 장거리 로켓 발사와 3차 핵실험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면서 인도적 식량 지원이 급감했다. 중국은 매년 김일성의 생일인 4월15일을 전후해 대규모 지원을 했지만 올해는 식량을 보내지 않았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북한이 올해 51만t의 곡물을 수입해야 하는데 4월까지 수입량이이 1만2400t에 불과해 보리 밀을 추수하는 6월까지 식량난이 극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은은 지난 해 4월15일 김성일 100회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주민의 허리띠를 다시는 졸라매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북한 주민은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졌을지 모르지만 현실은 역시나 였다. 민란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군량미 배급은 주민을 무마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일반 주민은 배급도 받고, 장마당 영업과 개인 뙈기밭 농사로 최악의 고비를 넘기고 있지만 군인들은 보급사정이 급격하게 나빠져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고 한다. 지난 해 12월 동부전선을 통해 넘어온 노크귀순 병사도 배가 고파 음식물을 훔쳐 먹어야 했다고 증언했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1세로 북한 주민보다 12년이 길다. 김일성 일가의 68년 독재가 가져온 죄악이다. 김정은이 이제라도 북한 주민을 살릴 생각이 있다면 나라의 빗장을 열고 외부 세계에 인도적 지원을 호소해야 한다. 북한이 대결정책을 포기하면 우리가 가장 먼저 온정의 손길을 내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