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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Posted March. 06, 2013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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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5일 아무런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다. 취임 후 두 번째다. 이명박 정부 때는 매주 화요일 국무회의가 열렸다. 취임 후 열흘 동안 한 번도 국무회의가 열리지 않은 것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박 대통령이 이날 일정을 잡지 않은 건 전날 강경한 어조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데 이어 야당을 향해 국정 공백에 대한 압박의 의미를 담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남은 청와대와 정부직의 인선 작업을 계속하며 국회 협상 과정을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 때는 정부조직 개편안이 5일까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새 정부는 식물정부가 된다며 야당을 압박했지만 비공개 회의 때는 정부조직법 통과가 늦어지는 상황에 대비해 청와대가 중심을 잡고 국정 운영을 차질 없이 준비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특히 국정과제 진행 상황에 대해 각 수석실의 보고를 받은 뒤 국정과제 100일 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회의에서 부처별로 140개 국정과제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4월 국회 때 제출할 입법계획, 시행령 개정 사안, 4월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심의 사안을 철저히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국정과제 100일 계획 수립을 지시한 건 각 부처 장관이 임명되기까지 국정을 방치할 경우 올 상반기 대부분의 국정과제를 실행하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물가를 전반적으로 점검하면서 전세금이 잡히지 않아 서민들의 피해가 크다는 부분을 강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국무총리실장을 서둘러 발표한 것도 국무총리 중심으로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라는 의미라면서 국정은 청와대와 국무총리가 각 부처 차관과 함께 챙길 것이며 꼭 필요하다면 전 정부 장관들과도 국무회의 등을 열어 시급한 현안을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참모들은 박 대통령이 정부조직 개편안을 더이상 양보의 문제가 아닌 원칙의 문제로 여기고 있어 먼저 추가 양보안을 제시할 가능성은 적다고 말한다. 정부조직 개편 정국이 장기화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에게 정부조직법은 대선 경선 때 오픈프라이머리 룰 논란과 같다고 말했다. 당내 경선 주자들이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주장했을 때 선두주자가 양보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으나 그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당시 경선 룰은 친이(친이명박)계가 5년 전 주장해서 만든 건데 자기네들이 불리하다고 룰을 수정하자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 불통 논란을 감수하고 원칙을 지켰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조직법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대선 때 야당이 방송통신 융합을 함께 공약해놓고 이제 와서 어깃장을 놓고 있으며, 이는 정파적 이익 때문이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확고하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여론을 앞세워 야당을 누르고 정면 돌파하겠다는 게 아니라 특유의 원칙과 신뢰의 문제라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정민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