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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을 가진 군대, 전방선 하루 감자 몇알 배급

핵을 가진 군대, 전방선 하루 감자 몇알 배급

Posted February. 25, 2013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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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여군들도 밤마다 도둑질하러 다녔습네다. 감자나 무를 훔쳐서 배를 채웠지요.

최근 북한-중국 접경지역에서 만난 30대 후반의 인민군 여군 대위 출신 송모 씨. 2년 전 북한을 빠져나와 중국에서 다른 탈북자들과 숨어 사는 그는 탈출 전 군대에 있었던 10년을 생각하면 지금도 몸서리가 쳐진다. 그가 청춘을 바친 인민군은 한쪽에서는 고도기술의 집약체인 핵실험을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영양실조로 병사들이 죽어 나가는 곳이다.

송 씨는 대학 졸업 뒤 최전방인 강원도 모 지역에서 고사포 부대 중대장으로 있었다. 1개 중대는 25명 안팎인 소대 35개로 구성된다. 고사포는 대부분 여군이 담당한다. 제대 후 잠깐 사회생활을 한 뒤 북한을 탈출한 사이 역시 군인이던 남편은 간암으로 숨졌다. 자녀들은 아직 북에 남아 있다.

그는 군에서 도둑질을 배웠다. 여자 사병들과 인근 민가의 밭에서 몰래 작물을 뽑아 와 식량으로 대신했다. 송 씨는 하루 배급이 감자 몇 알인 때도 부지기수라며 전방은 부대 주변에 사민(민간인) 집들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배가 고파 어쩔 수 없이 사민 밭을 털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남자 군인들은 사민 집에서 짐승이면 짐승, 담장의 호박이면 호박 모두 걷어 간다. 전등을 빼 와 파는 경우도 많다라고 했다.

물자 부족과 기근은 여군들에게 더 큰 피해를 줬다. 송 씨는 경도(생리)가 끊기고 머리카락이 빠져 더 스산하다(처참하다)라며 한 소대에 영양실조가 5, 6명, 결핵이 또 5, 6명이다. 웬만큼 든든한(건강한) 여군은 열손가락에 꼽을 정도라고 전했다. 영양 상태가 부실하고 위생이 불량해 결핵이 창궐하지만 당국은 민심을 의식해 환자들을 전역시키지 않고 별도로 격리해 놓는다.

군대 사정이 어려워진 건 역설적으로 강력한 선군정치를 표방한 김정일 체제에서부터다. 1994년 7월 김일성 사망 후 그해 9월 애도기간이 끝나자 매달 1kg씩 배급되던 당과류(설탕 등) 공급이 끊어졌다. 송 씨는 당시 식량난으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 군에 대한 처우도 열악해지기 시작했다고 들었다라며 이후 경제 사정이 계속 악화된 데다 군대 내 부패가 심해져 사병은 물론 중간 간부들의 생활도 말이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북에서는 제일 못사는 계층이 산골 군부대 가족과 군부대 주변 농민이라는 소리까지 나온다고 한다. 군이 먹을 게 없어서 민가를 덮치기 때문이다. 그는 작년 7월 황해남도의 군부대 주변에서 건너온 사람에게서 동네 사람들이 인육을 먹는 것을 본 적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라며 내가 북에 있을 때보다 상황이 더 안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보급 사정이 악화되면서 군대 내에서도 부모가 누구냐에 따라 생활 격차가 극심하다. 당의 간부들은 자녀를 군에 보내지 않기 위해 아예 면제시키거나 부대 주변 민간인 집을 정해 놓고 그곳에 주기적으로 자녀들을 보내 영양을 보충시킨다고 한다.



고기정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