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김정은 , 남북관계 개선의지 행동으로 보여라

[사설] 김정은 , 남북관계 개선의지 행동으로 보여라

Posted January. 02, 2013 03:08   

中文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박근혜 정부와 관계개선 가능성을 내비쳤다. 남북간 대결상태해소가 중요하다며 그 전제로 남북공동선언(615, 104선언)의 존중과 이행을 언급했다. 이전에도 종종 나라의 분열상태 종식과 통일 달성 운운하며 대결상태 해소를 주장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당장 변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더욱이 대화하고 싶다는 뜻만 암시했을 뿐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지도 않았다. 다만 이명박(MB)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역적패당으로 힐난하면서 영원히 상종하지 않겠다고 했던 것과는 약간 달라진 태도다.

북한 내부적으로는 선거 과정에서 남북대화에 전제조건이 없다고 약속한 박근혜 당선인과 적절한 시점에 대화를 재재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렸을 수도 있다. 회담의 대가로 쌀과 비료를 지원받았던 김대중-노무현 정부시절의 남북관계를 떠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집권 2년차의 김정은 체제가 외형적으로는 안정을 찾아가는 것처럼 비치지만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불안정한 요소가 많다. 당분간 박 당선인의 대북정책 기조를 주시하며 탐색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북한이 오판하는 일이 없도록 524 조치와 금강산 관광재개 등과 관련해 명확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 본보 신년여론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7명 정도가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정치상황과 무관하게 실시해야 한다고 했지만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사건 등에 대해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북한은 지난해 12월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태양민족의 존엄과 영예를 최상의 경지에 올려 세운 대경사라며 허장성세()를 부렸지만 여전히 주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스스로 공언한 것처럼 인민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일이 없도록 하려면 구체적인 경제개혁 방안부터 제시해야 할 것이다.

외교적 업적을 남기겠다는 의욕이 강해질 버락 오바마 2기 행정부가 출범하는 미국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가동을 공언한 박 당선인의 등장이 북한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새로운 지도자를 시험해 보겠다며 3차 핵실험을 감행하거나 해상에서 국지도발을 감행한다면 실낱같은 기회의 창마저 완전히 닫히고 말 것이다. 김정은이 주민이 옥수수 죽도 제대로 못먹는 실패국가를 극복하바면 중국식 개혁개방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김일성 아바타를 자처하고 있는 김정은은 김일성 주석이 19년 전에 한 것처럼 육성()으로 신년사를 읽었다. 할아버지 흉내내기로는 빛의 속도로 진화하는 세계를 따라잡을 수 없다. 핵 개발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고 김일성과 김정은의 유훈()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김정은이 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