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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인과 정치

Posted October. 09, 2012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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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너는/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한 청소년 방송극에 나온 이후 청소년 사이에 널리 애송되기 시작했다는 안도현의 시다. 안 시인은 일상의 작고 하찮은 것에서 소재를 찾아 감동을 주는 시를 썼다. 그가 얼마 전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 캠프의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더니 411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이 된 도종환 시인과 함께 문 후보의 멘토단을 조직하는데 앞장섰다. 두 시인이 포함된 멘토단 37명중 31명이 시인 소설가 평론가 등 문학계 인사다.

안 시인은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이다. 접시꽃 당신의 도 시인 역시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으로 전교조 충북지부장을 지냈다. 그는 시간을 쪼개 쓸 만큼 바쁜 전교조 활동가였다. 고양이 학교라는 아동 판타지 소설을 쓰기도 한 김진경 시인은 전교조 초대 정책실장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교육문화비서관을 지냈다. 원로뻘의 신경림과 정희성 시인은 둘 다 민주당 경선과정에서는 김두관 후보를 지지했다가 이번에는 문 후보의 멘토로 이름을 올렸다. 일반인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시인 13명이 더 있다.

미국 정치는 선거 때 할리우드 스타들의 도움을 받는다. 얼마 전 영화배우이자 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공화당 밋트 롬니 후보의 유세장에서 빈 의자를 세워놓고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을 신랄히 비판해 화제가 됐다. 할리우드는 사실 공화당보다 민주당 성향이 강하다. 가수 레이디 가가,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배우 조지 클루니 등이 민주당을 지지한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연예인은 유명하니까 정치가 그 유명세를 빌리려 한다. 그러나 문인의 유명세는 연예인에 비하면 초라한 편이다. 소설가 공지영 같은 예외가 있긴 하지만.

시인이 몸소 정치에 참여하지 말란 법은 없다. 물론 시인이 시로서 현실정치에 관해 의견을 표명할 수도 있다. 유신시절 저항시인 김지하가 그랬다. 그는 표현의 자유를 얻기 위해 투쟁하다 투옥됐다. 그러나 오늘날 시가 비판할 수 없는 성역은 거의 없는다. 시인이 집필 활동을 넘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려는 이유는 뭔가. 그것은 권력 의지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국회의원이 된 도종환 시인에게 근조()라는 리본이 달린 화분을 보낸 사람의 마음을 알만하다.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