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모두 불가능하다지만 메달로 보여줄 것

Posted October. 30, 2010 10:58   

中文

이글거리는 태양. 뜨거운 모래. 아찔한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미모의 선수들이 네트를 사이에 두고 공을 때리고 받는다.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하나.

이런 기대를 하며 찾아간 광저우 아시아경기 비치발리볼 한국 대표팀 훈련장은 상상과는 너무 달랐다. 27일 경기 의왕시 한국전력공사 품질검사소 내 비치발리볼 경기장.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햇살은 구름 뒤에 숨었다. 백사장을 떠난 모래는 사면으로 둘러싼 철망 안에 움츠려 있다. 환상이 깨져갈 무렵 실망한 표정을 알아챈 한 선수가 말했다. 설마 비키니 입은 선수들 보러 오신 건 아니죠?

선수, 협회, 체육회, 팬들도 외면

국내에서 비치발리볼은 천대받는 종목 중 하나다. 1991년부터 국제대회에 참가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전문 팀이나 선수가 없었다. 대회에 나가도 1승을 거두기가 힘들었다. 아시아경기에서의 수난은 더 심했다.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8년 방콕 대회에는 예산 부족과 메달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출전을 포기해야 했다. 2002년 부산 대회 때는 개최국 자격으로 급조된 팀이 출전했지만 성적은 처참했다. 2006년 도하 대회에는 다시 출전조차 못했다.

8년 만에 도전하는 광저우 대회를 앞두고, 2004년 대한배구협회에서 분리 독립한 한국비치발리볼연맹은 팔을 걷어붙였다. 그 시작은 올해 울산에 세계여자비치발리볼대회를 유치한 것. 7월 선발전을 통해 광저우 대회에 출전할 대표팀을 뽑았다. 남녀 38개 팀(2인 1팀)이 참가한 열띤 경쟁 속에서 남녀 2팀씩 선발했다.

관심, 지원 없지만 모래 위에선 행복

선수들은 모두 대학 또는 실업팀 소속 선수. 대회가 없는 여름에 아르바이트 삼아 출전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 뽑힌 선수들은 비치발리볼을 잠깐 하고 마는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만큼 각오와 애정이 대단했다.

올해 처음으로 비치발리볼을 접한 이현정(용인시청)은 실내 배구와는 또 다른 묘미가 있다며 계속 비치발리볼을 하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고교 2학년 때부터 비치발리볼을 시작한 이은아(양산시청)는 다른 선수들이 비치발리볼은 피부도 타고 인기도 없다며 외면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하지만 비치발리볼이 이제 시작인 만큼 성장 가능성도 크다며 웃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 해도 메달 꼭 딸 터

훈련장은 국내에 하나뿐인 비치발리볼 코트다. 하나뿐이니 남녀 따로 훈련을 할 수 없어 하루는 남자, 하루는 여자가 훈련한다. 지원도 없어 오전에는 각자 소속팀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오후에 코트에 모여 훈련한다. 대표팀 사령탑을 맡고 있는 홍익대 김경운 감독은 이나마 훈련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선수들의 사기가 걱정이다고 말했다.

아시아 3강은 중국, 일본, 태국이다. 한국이 1승을 거두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선수들의 체격이 좋아 모래에 빨리 적응만 한다면 메달 가능성이 있다. 대표팀 맏형인 안태영(용인시청)은 다른 사람들이 비치발리볼 하면 비키니만 떠올리고 여름 외에는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등 편견이 심하다면서도 쉽지 않겠지만 비치발리볼에 대한 관심을 모으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동욱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