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압박과 중국의 양보로 환율 전쟁의 불길이 잡혔다. 미국이 환율 해법을 위안화 절상에서 찾은 게 아니라 경상수지 흑자 규모와 연계해 찾은 덕분에 중국의 환율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한국의 중재안을 미국과 중국이 받아들인 것이다.
경북 경주시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는 시장 결정 환율제도(market determined exchange rate system) 이행과 국제통화기금(IMF) 쿼터 6% 이상 이전을 핵심으로 하는 성명서(코뮈니케)를 발표하고 23일 폐막했다. 재무장관들은 환율 갈등과 관련해 시장 결정 환율제도로 이행하고 경쟁적인 통화 절하를 자제한다고 합의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시장의 위안화 절상 요구를 무시하기 힘들어졌고, 일본은 공개적으로 엔화 가치를 낮추기 어려워졌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무장관 회의 폐막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환율 논쟁은 이제 끝날 것이라고 선언했다.
성명서는 IMF 지분을 2012년 IMF 연차총회 때까지 신흥개도국과 과소대표국으로 6% 이상 넘기고 24명의 이사 중 유럽 이사 2명을 줄여 신흥개도국 이사를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9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제3차 G20 정상회의에서 지분 5% 이상을 이전하기로 합의했던 것에서 1%포인트 더 늘어난 것이다.
이번 재무장관 회의는 미중 간 물밑접촉으로 합의를 이루면서 기대보다 많은 성과를 냈다.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회의 직전까지만 해도 각종 합의가 쉽지 않다는 분위기였지만 실제 회의에서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며 특히 미국이 경상수지 비율 조정을 환율 해법과 연계해 제안하면서 환율 합의에 이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은 한국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경상수지 목표제를 G20 재무장관들에게 제시하며 환율 합의를 강하게 압박했다. 경상수지 목표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혹은 적자 비율을 4% 이내로 유지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대표적인 흑자국인 독일과 일본이 반대하면서 성명서에는 구체적인 비율을 밝히지 않은 채 예시적인 가이드라인을 정해 경상수지 불균형을 시정한다로 명시했다.
중국은 위안화 절상에 반발했던 것과 달리 경상수지 목표제에 대해선 반대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캐나다 G20 정상회의 때 칭찬의 의미로 중국의 환율제도 개선 움직임을 환영한다는 문구를 성명서에 넣으려 할 때도 중국이 거부했다며 위안화 절상 문제만 가지고 환율 해법을 찾았다면 이번 성명서가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IMF 지분 조정으로 현재 지분 순위 6위에서 3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박형준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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