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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후변화 대책 중요성 확인해준 수도권 물 폭탄

[사설] 기후변화 대책 중요성 확인해준 수도권 물 폭탄

Posted September. 24, 2010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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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 첫날인 21일 수도권 하늘이 뚫렸다. 서울 광화문 일대가 물바다로 변했고 주요도로들이 통제됐으며 지하철 운행도 여기저기에서 중단됐다. 서울 8000여 가구를 비롯해 전국 1만4000여 가구가 침수 피해를 당했다. 게릴라성 집중호우에 기상청의 예보는 크게 빗나갔다. 중부지방에 2060mm가 내릴 것이라던 비가 서울 259.5mm 등 예상치의 3배가 넘는 국지성 폭우가 쏟아졌다. 102년만의 9월 하순 기습 폭우였다.

정확한 예보를 하지 못한 기상청에 비난이 쏟아졌지만 최근의 기후변화 양상은 예측하기 어려운 의외성이 있다. 아무리 슈퍼컴퓨터를 갖추고 있어도 과학의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돌발적이고 지역적인 기후변화에 대비해 국지 예보시스템을 더욱 확충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최근의 기상현상은 과거의 경험을 뛰어넘고 있다. 금년 여름(68월)기온은 평균보다 1.3도나 높았고 8월 강수일수는 1973년 이래 가장 많았다. 이런 극단적 날씨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그렇다고 100, 200년 만에 한번씩 오는 자연재해 때문에 무조건 막대한 국가예산을 쏟아 부을 수도 없는 일이다.

특히 이번 폭우의 피해지역 가운데 서울 양천구 강서구는 이번에도 극심한 수해를 입었다. 이곳은 상습 피해지역이다. 기상청의 예보만을 탓할 수는 없다. 평소 방재대책을 소홀히 한 서울시와 해당 구청의 책임이 크다. 서울의 경우 빗물이 배수관을 통해 빠져나가지 못하고 역류하는 바람에 비피해가 더욱 커졌다. 과거 빗물펌프장과 배수관 설계기준인 10년 강우빈도(시간당 75mm)는 기후변화 시대에는 너무 느슨하다. 신규 시설부터 설계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00년 동안 지구평균 기온상승폭(0.74도)의 2배인 1.5도가 상승했고 2050년까지 2000년 대비 2도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이로 인한 경제적 피해액이 80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사전대응과 시행착오 최소화로 피해를 줄이는 일이 국가의 최우선과제가 돼야 한다. 4대강 사업을 통해 물그릇을 키우는 것은 선도적 기후변화 대책이다. 정부는 강뿐 아니라 산업 도시 생태계 등에 대한 기후변화 적응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국민도 이상기후가 일상화하는 현실을 자각하고 스스로 대비태세를 갖추는 것이 기후변화 시대를 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