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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북한 군량미

Posted September. 24, 2010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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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본부는 625전쟁을 이틀 앞둔 1950년 6월23일 군량미 부족을 이유로 장병들에게 외출 외박을 적극 실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기존에 내렸던 비상경계령은 해제했다. 유화 분위기 속에 전방 일부 사단에서 수색부대의 정찰을 토대로 올린 전쟁 징후 보고는 묵살됐다. 우리 군은 전체 장병의 3분의1이 부대를 떠난 상태에서 북한 군의 전면적인 기습남침을 맞았다. 중국의 수양제는 고구려를 침공하면서 병사들에게 소량의 양식을 휴대하게 하고 추후 수군()이 식량을 공급토록 했으나 수군이 고구려군에 패하는 바람에 식량을 공급하지 못했다.

민주당 박지원 비상대책위 대표가 북한도 일정량의 군량미를 갖고 있겠지만, 한국에서 보낸 쌀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으로 보내는 쌀이 도정한 것이어서 1년 이상 보관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의 북한, 전쟁비축미로 100만t 보유 발언에 대한 반박이다. 박 원내대표는 9일엔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대북 쌀 1만t 지원 방침 언급에 대해 현 장관 식구들 먹으라고 집으로 보내라. 이러한(대북 쌀 지원에 소극적인) 통일부라면 없애버렸어야 한다는 말도 했다.

쌀은 옥수수에 비해 보관기간이 길고 군용()으로 전용하기가 쉽다. 남측이 2007년 북한에 제공한 쌀 40만t도 군량미 전용 의혹이 제기된 일이 있다. 2008년에는 북한 군부대에서 대한적십자사 마크가 찍힌 쌀 마대 400여개가 우리 군에 포착되기도 했다. 북한은 쌀이 생기면 전국에 흩어져 있는 군량미 창고인 2호 창고를 먼저 채우고, 이때 2호 창고에 있던 묵은 쌀이 시장으로 흘러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한이 보내는 쌀을 군인들에게 먹이고 대신 북한에서 생산한 쌀을 군량미로 비축할 수도 있을 것이다. 20002007년 사이 정부가 북한에 준 쌀이 240만t에 이르지만, 탈북자 가운데 우리가 지원한 쌀을 먹어봤다는 증언은 드물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매년 수십만t의 쌀을 주면서도 분배 투명성 확보는 소홀히 했다. 천안함을 폭침시키고도 사과조차 않고 있는 김정일 정권의 군인들에게 우리가 군량미를 갖다 바치는 일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방 형 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