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선출된 안상수 대표최고위원과 홍준표 나경원 정두언 서병수 최고위원은 한나라당 의 지도부로서 2012년 7월까지 2년간 집권 여당의 선장과 조타수 역할을 맡는다. 새 지도부는 이 대통령과 더불어 정권 후반기를 이끌어가면서 2012년에 있을 총선과 대선 경선도 관리해야 한다. 현 정권의 성공적인 마무리와 차기 정권 재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막중한 책무가 새 지도부의 어깨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 점에서 한나라당 대표와 최고위원이라는 직책이 영광이 될 수도, 멍에가 될 수도 있다.
한나라당이 처한 현실을 보면 새 지도부의 앞길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한나라당은 집권당으로서 그에 걸 맞는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 국회 과반 의석을 보유하고서도 야당에 끌려다니며 국정을 주도하지 못했다. 정부와 국민 사이에서 민심을 전달하는 소통의 통로는 늘 막혀있다시피 했다. 한 지붕을 이고 살면서도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으로 찢겨 싸우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국정담임 세력으로서 무엇을 이루겠다는 투철한 소명의식도, 치열한 집단의지도 없었다. 웰빙 정당 초식 정당 두 나라 당이란 말이 결코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우선 지도부 경선과정의 진흙탕 싸움으로 생긴 불화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면서 당의 체질을 확 바꾸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62지방선거 이후 지난 한 달 비대위에 참여했던 이병석 의원은 한나라당이 고구려에 패하고 살수를 건너는 수나라 군대를 닮았다고 혹평했다. 그는 질서도 없고, 동지애도 없고, (야당에 대한) 반격도 없었다. 오직 동지의 등을 밟고 강을 건너려는 불순한 기도만 있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친이 세력 간의 권력투쟁설 논란으로 한나라당이 한 지붕 세 가족이라는 비아냥까지 듣고 있다. 이런 모습으로는 한나라당이 국민의 신뢰를 얻고, 국정 추진동력을 재충전하고, 이념 지역 세대 갈등을 해소해 사회통합을 이룰 수 없다.
본보의 한나라당 대의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의원들은 새 지도부의 가장 큰 과제로 친이-친박계 화합, 당정청 관계 재정립,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책 제시, 젊은층과의 소통 강화를 순서대로 꼽았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 가장 시급한 일로는 계파 통합, 기득권 부자 노쇠 등 부정적 이미지 불식, 새로운 대권 후보군 발굴, 보수 대연합을 제시했다. 여권 위기의 원인으로는 첫째로 여권 내 분열을, 둘째로 지도력 및 정치력 부족을 꼽았다. 이명박 정부의 후반기 국정 목표로 대의원 절대 다수가 꼽은 것은 경제 살리기였다. 일반 국민의 시각도 이와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당내 절차적 민주주의의 확립이 새 지도부에 부과된 중차대한 과제다. 국회의원 후보를 결정하는 공천 룰,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경선 룰을 당내 모든 계파와 후보자들이 승복할 수 있도록 반듯하게 마련해야 한다. 당내 의사결정 방식도 투명하고도 민주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공직 후보가 공정한 룰에 근거해 뽑히지 않게 되면 과거의 예에서 보듯이 내부 불신과 갈등이 깊어져 결국 당을 병들게 한다. 후보의 경쟁력 또한 약해질 수밖에 없다. 작금의 친이-친박 간 반목과 대립도 따지고 보면 거기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정당의 선진화, 나아가 정치의 선진화를 위해서도 절차적 민주주의의 완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공직 후보 선출과 의사결정의 프로세서가 어느 누구도 트집 잡을 수 없을 정도로 투명하고 민주적이라면 국회의 운영도, 정치와 국정을 바라보는 국민의 인식도 지금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한나라당 새 지도부의 분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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