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이가 달린 납작한 돌(stone)을 하우스(house)라 불리는 원 모양의 표적에 집어넣는 경기. 돌이 손에서 떠날 때 생긴 미세한 오차가 승부를 가른다. 빗자루 모양의 솔(broom)로 진로와 속도를 조절하는 선수들(sweeper)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들이 얼마만큼 섬세하게 빗질(sweeping)을 하느냐에 따라 1, 2cm 차이로 승부가 갈린다.
빙판의 체스로 불리는 컬링. 주로 강한 운동능력을 요구하는 다른 빙상 종목과 달리 컬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섬세함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험은 컬링 선수들이 갖춰야 할 필수 요소로 꼽힌다. 경기 중 끊임없이 작전을 수정하고 상대와 치열한 두뇌 싸움을 벌여야 한다. 팀워크 역시 컬링의 핵심이다. 4명의 선수가 한 몸처럼 호흡을 맞춰야 의도한 대로 돌을 움직여 승리를 따낼 수 있다.
한국 휠체어컬링 대표팀이 경험과 팀워크, 이 두 가지를 앞세워 작은 기적을 이뤄냈다. 한국은 19일 캐나다 밴쿠버 패럴림픽센터에서 열린 밴쿠버 겨울장애인올림픽 휠체어컬링 예선 풀리그 9차전에서 독일을 꺾고 3위(6승 3패)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수천 개의 컬링경기장이 있는 캐나다 등 선진국과 달리 한국의 컬링 전용 경기장은 단 2곳. 한국팀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전용 경기장을 빌리지 못해 이천 장애인 종합 훈련원 수영장을 얼려 훈련을 해왔다.
열악한 조건이었지만 한국팀엔 믿는 구석이 있었다. 국내에 휠체어컬링이 도입된 이후 7년 동안 쭉 호흡을 맞춘 선수들의 찰떡 호흡이었다. 2003년부터 친형제처럼 지낸 주장 김학성(42)과 김명진(39), 조양현(43), 박길우(43)를 비롯해 2005년에 가세한 여자 선수 강미숙(42). 이들의 팀워크는 다른 나라 선수들의 감탄까지 이끌어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과 대결을 벌인 한 일본 선수는 경기가 끝난 뒤 마치 한 몸처럼 경기에 녹아드는 한국 선수들의 경기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김학성은 이젠 경기장에서 선수들의 눈빛만 봐도 작전이 나온다고 말했다.
김우택 감독(46)의 지원도 큰 힘이 됐다. 원주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김 감독은 선수 경력이 전무한 일반인. 2003년 기독병원 장애인 후원회 이사로 있던 그는 강원 지역에 컬링팀이 만들어지면서 말 그대로 얼떨결에 감독이 됐다. 그러다가 무보수로 대표팀 사령탑까지 맡게 된 것. 김 감독은 내 인생 가장 큰 행운을 꼽으라면 휠체어컬링 대표팀 감독을 맡은 것이라며 이렇게 멋진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