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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외국인 지문등록, 국가안보와 직결된다

[사설] 외국인 지문등록, 국가안보와 직결된다

Posted March. 03, 201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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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나 일본에 가려면 공항 입국장에 길게 줄을 서서 여권 심사를 받으며 얼굴 사진촬영과 손가락 지문등록을 해야 한다. 입국 심사에 시간이 많이 걸려 불편하지만 투덜거리거나 따지는 사람은 거의 없다. 범죄나 테러 예방을 위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호주도 이 제도를 시행 중이고 영국과 캐나다는 준비 중이다.

우리나라도 외국인 입국과 등록 때 의무적으로 안면 및 지문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마련했으나 국회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정부는 작년 11월 개정안을 확정해 국회로 보냈다. 그러나 관련 상임위는 다른 유사한 의원 발의 개정안과 함께 심사해야 한다는 이유로 지금껏 깔아뭉개고 있다. 2월 국회가 끝났으니 다시 4월 국회까지 기다려야 할 판이다.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거나 위변조 여권으로 입국하려는 외국인을 가려내려면 여권 심사만으로는 부족하다. 더구나 세계적으로 테러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동안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테러가 미국 영국 등에 집중됐지만 이제는 한국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우리는 아프가니스탄 파병(7월)과 세계 최고 정상들의 모임인 G20 정상회의 서울 개최(11월)까지 앞두고 있다. 한국이 테러의 표적이 될 위험은 그만큼 더 커졌다.

우리나라에서 작년까지 5년간 다른 사람 이름의 위명() 여권으로 입출국하다 적발된 사례가 1만772건에 이른다. 얼마 전엔 탈레반 관련 의심을 받고 있는 파키스탄인이 위명여권으로 17차례나 드나들다 붙잡혔다. 우리의 보안체계에 구멍이 뚫려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100만 명을 넘고, 그 중에는 조직폭력 관련자도 수천 명에 이른다. 이렇게 불안한 상황에서 얼굴 촬영과 지문 등록을 통해 외국인의 신원정보를 관리하는 일은 테러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정치 종교 사상적 이유로 불특정 다수의 목숨을 노리는 테러는 국경 없는 전쟁으로 일컬어진다. 그런 점에서 테러 방지는 단순히 인명 보호 차원을 넘어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안으로 봐야 한다. 만에 하나 G20 정상회의를 겨냥한 테러가 국내에서 발생한다고 상상해보라. 정부가 테러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하지만 국회도 협조를 아까지 말아야 한다. 국회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미루지 말고 바로 처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