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쇠자말자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한나라당 계파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친이(친 이명박)계 의원들이 세종시 당론 결정(변경)을 위한 의원총회를 소집키로 한 데 대해 친박(친 박근혜)계 의원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설연휴 여야 의원들이 만난 지역민심은 저마다 온도차는 있지만 대체로 먹고살기 어려운데 세종시 문제로 싸우지 말고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라는 주문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세종시 문제로 나라가 떠내려 갈 것 같은 싸움에 빠져있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등 야권 5당은 어제 세종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국민은 531만표라는 사상 최대 표차로 현 정부를 탄생시켰고, 정부와 여당은 국정 각 분야에서 막대한 혈세를 운용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뜻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책임이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3일 열렸던 고위당정회의에서 2월 임시국회의 성격을 산적한 민생법안을 처리하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일자리 국회국운융성을 위한 디딤돌 국회로 규정했다. 당정은 서민과 지역, 미래를 위한 중점법안 114개를 처리하겠다는 목표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처리된 법안은 없으며, 이런 상태로는 다음달 2일 회기 종료 때까지 얼마나 제대로 처리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이런 마당에 세종시를 둘러싼 권력투쟁, 대권 전초전으로 여당 내부마저 쪼개져 딴 짓을 하는 사람들은 여당 소속이라 할 수 없다. 세종시 문제로 여당 내부까지 쪼개져 이같은 의무를 헌신짝처럼 팽개칠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세종시는 세종시고 국정은 국정이다. 수학문제가 안 풀린다고 국어 영어 사회 과학 책까지 펴지 못하는 여당이 무슨 여당이고 공당()이라 할 수 있나. 친박 의원들은 세종시 갈등 때문에 국정에 공동책임을 져야할 여당의원의 책무까지 거부해서는 안 된다. 어떤 계파의 의원이건 한나라당에 정권을 맡긴 국민을 위한 여당의 역할을 거부, 포기 또는 방해한다면 이는 국민에게 죄를 짓는 것이나 다름없다.
다른 국정의 방에서는 다른 국정을 논의하고 처리해나가면서 세종시 방에서는 말꼬리 잡기가 아니라 정책의 비교검증 차원에서 충분한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 국회는 이를 바탕으로 무엇이 국익인가를 구체적 근거와 논리 대결을 통해 가리는 법안 심의 절차를 거쳐 결론을 내야 한다. 세종시 문제는 풀어내지도 못하면서 이를 블랙홀로 삼아 국정과 민생을 모조리 진흙탕에 처박아버리는 무책임한 정쟁만 반복한다면 국민이 선거를 통해 매섭게 책임소재를 가리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