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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장식의 진수 비단꽃 채화

Posted January. 27, 2010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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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순조시대 궁중의례 장식의 정점인 지당판() 채화()가 약 200년 만에 처음 재현된다. 50년 동안 궁중 채화를 연구 복원해온 화장() 황수로 동국대 석좌교수(75사진)는 27일 오후 5시 반 서울 성북구 삼청각 일화당에서 이를 공개한다.

채화는 비단 등으로 만든 전통 꽃으로, 궁중 의례에 사용했던 최고급 장식품. 고품격 한국 문화의 정수로 평가받는다.

채화의 가장 대표적인 장르는 화준(). 궁중 연희 때 대형 백자 항아리에 꽂아 어좌(임금의 자리) 좌우를 장식한다. 보통 높이가 3m에 이르며 화려함을 넘어 장엄함을 자랑한다.

상화()는 왕실 잔칫상을 장식하는 채화. 음식마다 크고 작은 채화를 장식해 연희의 분위기를 북돋운다. 지당판 채화는 가무()를 위한 꽃무대인 지당판에 장식하는 채화를 말한다.

채화는 일일이 손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과 인내를 요한다. 황 교수는 화준 하나에만 2만 개의 꽃송이가 들어간다. 이 화준 하나를 만들려면 10여 명이 1년 정도 매달려야 한다고 말했다. 비단을 골라 각양각색의 물을 들이고 이를 꽃 모양으로 잘라낸 뒤 이를 인두로 다리고 미세한 털로 꽃술을 다는 등 세밀한 작업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밀랍으로 꽃을 만들기도 한다. 밀랍 채화의 경우 실제로 나비가 날아들기도 한다고 황 교수는 전했다.

황 교수에게 채화 작업은 힘들지만 즐겁다.

꽃 만드는 작업을 시작하면 그날은 절대 외출을 하지 않습니다. 꽃 만드는 게 즐거우니까요. 사람 손으로 만들기 때문에 수많은 꽃이 하나하나 표정이 다 다릅니다. 그건 바로 꽃의 생명입니다. 매일 그 생명을 만나는 것이 채화의 매력이지요. 황 교수의 작품 화준은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에 가면 만날 수 있다.

황 교수가 순조기축진찬의궤()에 수록된 기록을 토대로 이번에 재현한 채화는 지당판 채화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장엄하다.

궁중 연희무대로 연못을 옮겨왔다고 생각해 보세요. 중앙에 등을 밝히고 주위로 연꽃이 올라가는데 그야말로 연촉의 파노라마라고 할 수 있지요.

국악계도 지당판 채화의 재현을 반기고 있다. 전통 국악연희 연구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국악계를 위해 지당판 채화를 한 점 더 만들어 내년 국립국악원에 기증하기로 했다. 박일훈 국립국악원장은 이를 기념해 동다송()이라는 작품을 직접 작곡해 27일 행사 때 헌정할 예정이다. 황 교수는 한국 채화의 역사와 미학을 집대성한 아름다운 한국채화 1, 2권 출간해 이날 출판기념회를 함께 연다.



이광표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