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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강기갑 폭력 무죄

Posted January. 15, 2010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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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가 그제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가졌다. 강 대표는 우리는 소외된 사람들을 대변하는 정당이지만 많은 국민은 과격하고 폭력적 투쟁적이라는 비판과 지적을 하고 있다면서 민노당의 언어와 활동방식을 전면적으로 쇄신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긴 수염에다 한복 차림을 한 그는 온화한 미소까지 띄었다. 강 의원의 국회폭력 이미지와는 생판 다른 인상과 어투였다.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법안 처리 등과 관련해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농성 중이던 민노당 당직자들을 국회 경위들이 강제 해산한 데 화가 난 강 대표는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실로 돌진했다. 그는 다짜고짜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전화기 메모지 볼펜꽂이 등을 집어던지고 탁자 위에 올라가 찻잔을 걷어찬 뒤 마치 공중부양 하듯 두 번이나 널뛰기를 했다. 이어 그는 국회의장실로 가 김형오 의장 나와라고 외치며 잠긴 문을 손으로 때리고 발로 걷어찼다. 강 대표는 국내외에 한복을 전투복 패션으로 알렸다는 비아냥을 들었다.

강 대표는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됐고, 검찰은 작년 12월 그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그러나 서울남부지법 형사1단독 이동연 판사는 어제 무죄를 선고했다. 국회 사무총장실은 국회의원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고, 게다가 강 의원은 정당 대표로서 부적법한 직무 수행에 항의하러 들어간 것이어서 업무방해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당시 국회의장의 질서유지권 발동에 대해서도 국회 본회의와 무관하기 때문에 적법하지 않다고 했다. 국민의 상식과 법감정에 비춰볼 때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판결이다.

강 대표는 사무총장실에 들어가 위력과 폭력을 행사했다. 보통 시민이 파출소에서 이 정도 폭력을 행사했으면 처벌 받았을 것이다. 민주주의 전당인 국회에서의 폭력은 그 상징성이나 파급력을 고려할 때 시중의 폭력보다 더 엄하게 다스려져야 한다. 이 판결이 2심이나 대법원에서도 유지될지도 의문이다. 물론 법률적으로 무죄가 확정되더라도 강 대표가 의원의 품위를 크게 손상시킨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강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을 어떻게 실천하는지 지켜보겠다.

이 진 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