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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북의 비밀장막을 걷어내다

Posted January. 13, 2010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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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의 화폐개혁과 신종 인플루엔자A(H1N1) 발생 등 굵직한 소식들은 대북단체들을 통해 먼저 공개됐다. 정부가 확인하지 못하는 정보가 이들 단체의 홈페이지에서는 시시각각 생중계되고 있다. 이를 가능하게 만든 일등공신은 바로 휴대전화다. 탈북자 1만8000여 명 시대에 휴대전화는 북한의 비밀장막을 벗겨내고 있다. 특히 휴대전화를 운용하는 똑똑한 탈북자들이 북한이 알리고 싶어 하지 않은 정보를 퍼뜨리는 등 폐쇄정권의 비수가 되고 있다.

휴대전화 북한을 해킹하다

한국에서 북한의 휴대전화로 직접 연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북한에 들여온 중국 휴대전화로 연결할 수 있다. 북한에서 휴대전화가 이용된 역사는 불과 10여 년. 초기 중국 밀수꾼들이 북한 측과 연락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들여보냈다. 하지만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가 늘어나고 북한 가족이나 친지들과 휴대전화로 연락을 시작하면서 그 용도가 다양하게 변했다. 휴대전화로 약속을 잡고 사람이 오가거나 돈이 건너가며 주문한 물건들이 남북을 오가기도 한다. 심지어 한국 목사가 북한 내 교인에게 매주 특정 시간에 휴대전화를 통해 설교를 하는 등 대북 선교에 이용되는 사례도 있다.

최근 반()김정일 활동을 벌이는 대북단체들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의도적으로 북한 정보를 빼오면서 휴대전화 역할은 더욱 커졌다. 북한 내부에서 정보를 유출하는 사람들은 한국에서 돈을 받는 경우가 태반이다. 탈북 지식인들과 북한 내부의 반체제 세력의 연계가 이뤄지면서 휴대전화는 체제를 위협하는 도구로 변신하고 있다.

북한과 연계된 휴대전화와 1인 미디어 시대의 한국 인터넷이 결합하면 언론을 능가하는 귀중한 정보가 쏟아져 나온다. 대북단체들끼리 속보 경쟁을 벌이는 일도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북-중 국경에 형성된 정보벨트

북한 어디에서나 한국과 통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두만강과 압록강 연안에서만 가능하다. 북한의 국경 도시나 마을은 강을 끼고 산기슭에 위치해 있는데 중국 휴대전화 전파는 산을 넘지 못한다. 중국 휴대전화 파장이 들어가는 지역을 지도로 그리면 북-중 국경을 따라 좁고 긴 띠 모양을 이룬다. 이곳이 북한과 외부 세계와의 창구가 되는 벨트인 셈이다. 압록강 하구 신의주처럼 평야지대에서는 수십 km 떨어진 용천까지 전파가 들어간다. 다만 위성전화를 통하면 북한 어느 지역에서도 한국과의 통화가 가능하다.

북한에 휴대전화를 들여보내고 통화비용을 지불하는 일은 대개 중국 조선족들이 돈을 받고 한다.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들은 탈북 과정에 중국에도 상당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과의 통화는 대개 밤에 이뤄진다. 북한에서는 2000년 초반부터 개인 집에 유선전화가 도입됐다. 재작년 12월부터는 휴대전화 서비스도 시작돼 현재 약 9만 명의 가입자가 있다. 이런 유무선 전화들은 한국과의 직접 통화는 불가능하지만 평양을 포함한 내륙 깊숙한 곳의 정보를 시시각각 북-중 국경의 정보벨트에 전달한다. 북-중 국경에 있는 사람이 평양에 전화로 정보를 확인해 곧바로 한국에 전달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된 셈이다.

북한 수천만 달러에 전파탐지차량 도입

북한 당국도 휴대전화가 체제에 미치는 위험성과 남한과 연결되는 방식을 잘 알고 있다. 북한은 수년 전 독일에서 대당 100만 달러에 전파탐지기용 차량 수십 대를 구매하고 중국에서 개인 휴대용 전파탐지 장치를 사왔다. 이 때문에 북한 국경 도시에서는 1분 이상 통화하면 위험하다. 그래서 자주 껐다 켜기를 반복하며 통화하거나 차량이 접근하기 힘든 인근 산에 올라가 전화한다. 농촌지역에는 비교적 길게 통화할 수 있다. 북한은 남한과 휴대전화를 하다가 적발되면 사형까지 집행할 정도로 가혹하게 처벌한다. 중국도 국경 일대에서 이뤄지는 국제전화를 자동 감청하는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으나 감청 정보를 북한과 공유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주성하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