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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예산 국회, 여야 타협의 불씨 살려나가야

[사설] 예산 국회, 여야 타협의 불씨 살려나가야

Posted December. 17, 200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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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소속의 이낙연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위원장이 그제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했다가 뭇매를 맞다시피 했다. 당의 방침과 달리 전날 해당 상임위 소관의 4대강 살리기 관련 예산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예결특위에서 전액 삭감하겠다고 했고,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이 위원장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 위원장이 합의 처리한 것은 내년도 4대강 전체 예산 5억4000여억 원 가운데 4066억 원이다. 당초 정부안을 액면 그대로 수용하지도 않았다. 4대강 지역 96개 저수지의 둑을 높이는 사업에 소요되는 총액은 유지하되 그 중 700억 원은 4대강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의 저수지에 사용하도록 타협안을 내 합의를 이끌어 냈다. 아무리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더라도 접근하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타협점을 찾아낼 수 있다는 정치의 묘미를 보여준 것이다. 그런데도 자기 당에서 도리어 죄인 취급을 받아야 했으니 한참 잘못됐다.

농수산위처럼 한다면 나머지 4대강 예산안에 대해서도 여당은 사업의 본질을 지키고, 야당은 체면을 살리고 실리도 취하면서 합의 처리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지금의 국회는 4대강에 발목이 묶여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 내년도 전체 예산안과 예산안 부수법안을 연말까지 처리하지 못한다면 준예산을 짜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민생과 국익에 관련된 법안들도 수북이 쌓여 있다.

여야가 어제 한나라당 위원들의 사퇴로 파행을 빚었던 교육과학기술위의 정상화에 합의하고, 4대강 예산안 처리와 관련해서도 타협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4대강 예산에 불요불급한 게 있으면 삭감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토론과 협상으로 풀 용의가 있다고 받았다. 여야가 정면충돌보다는 협상의 길을 택한 것은 서로에게 유익한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및 민주당 대표 간의 회담도 열어 여야간 대화경색을 풀 필요가 있다.

사업 내용을 뜯어보면 4대강 살리기가 대운하 건설을 위한 위장사업이라는 민주당의 의심은 합리성이 없어 보인다. 모처럼만에 피어오른 타협의 불씨를 계속 살려나가려면 민주당은 진짜 지역 주민의 이익과 국익에 부합하는 사업이 될 수 있도록 따질 것을 따져야 한다. 정부와 한나라당도 양보할 것은 양보하면서 협상에서 성의를 보여야만 국민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