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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이 입을 열면 오바마도 차베스도 귀를 세운다

중이 입을 열면 오바마도 차베스도 귀를 세운다

Posted September. 29, 2009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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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전에는 달랐다. 1949년 10월 1일 신()중국이 세워졌을 때 중국은 역사상 가장 볼품없는 처지였다. 건국을 선포하는 순간에도 내전의 총소리는 이어졌다. 100년에 걸친 외세의 침략과 내전으로 국토는 폐허였다. 5억4200만 명의 인민은 빈곤에 허덕였고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은 살인적이었다.

당시 마오쩌둥() 국가주석은 곤경에는 극복 방법이 있고 희망이 있다(, , )고 역설했다. 그의 말처럼 중국은 60년 동안 많은 곤경을 극복하고 세계의 주역으로 우뚝 일어섰다.

주변에서 핵심으로

신중국은 건국 다음 날 공산주의 맏형 소련과 수교를 맺었다. 마오 주석은 첫 방문국으로 소련을 택했지만 이 방문에서 약간의 차관을 얻는 데 그쳤다. 625전쟁과 냉전 속에 중국은 고독했다. 저우언라이() 당시 중국 총리 겸 외교부장은 1960년대 3개월 동안 아프리카 10개국을 도는 등 비동맹국가에서 활로를 찾았다.

1971년 10월 25일 사회주의 중국의 유엔 가입이 승인되고 대만은 퇴출됐다. 1950년 처음 유엔 가입을 시도한 지 21년 동안 중국은 무려 20여 차례 유엔 가입에 도전했다. 당시 마오 주석은 오랫동안 유엔에 못 들어온 것은 미국과 일본 때문이고 이제 들어온 것은 아프리카 형제들 덕분이라고 감개무량해 했다.

이후 1972년 중-일 수교, 1979년 중-미 수교로 중국은 죽의 장막을 걷어 내렸다. 특히 1978년 개혁개방 이래 부쩍 성장한 경제력과 시장을 근거로 중국의 입김은 나날이 커져 간다.

또 대규모 대외원조로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막대하다. 중국은 개도국의 대변자로 올해 4월 제2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최근 제3차 G20 정상회의에서 최빈국 지원에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의 수교국은 건국 직후 10개국에서 현재 171개국으로 늘어난 상태다. 이 말은 대만 수교국이 그만큼 줄었다는 얘기다.

유엔에서의 역할도 커졌다. 현재 중국은 평화유지군 2100명을 12개국에 파견 중이다. 미국 타임지는 이 숫자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속의 어느 나라보다도 많고 중국의 유엔 공헌도는 강대국 가운데 가장 크다고 최신호에서 평가했다.

베이징 컨센서스 대 워싱턴 컨센서스

특히 금융위기가 닥친 지난해 말 이후 중국의 위상 변화는 매우 드라마틱하다. 올해 3월 세계은행(WB) 로버트 졸릭 총재는 세계경제 회생에 주요 2개국(미국, 중국)이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G2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 말은 본래의 의도를 훌쩍 뛰어넘어 사용되고 있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의 반열에 중국이 미래의 초강대국 자격으로 거론되는 상징성을 담고 있다.

또 몇 년 전 등장한 신조어 차이메리카(차이나+아메리카)에서 보듯 이제 중국이 미국과 함께 지구촌을 경영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됐다.

중국식 경제발전 모델을 뜻하는 베이징 컨센서스도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제2차 G20 정상회의에서 낡은 워싱턴 컨센서스는 갔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식 경제발전 모델인 워싱턴 컨센서스에 근본적 의문을 던지면서 베이징 컨센서스의 주가를 상한가로 올린 한마디였다. 현재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불가리아 수단 등 좌파 또는 독재 국가들은 체제 유지와 경제 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베이징 컨센서스에 눈길을 쏟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최근 서구 발전 모형을 기계적, 교과서적으로 답습하지 않고 국가 실정에 맞게 스스로 길을 개척한 것이 중국의 오늘날이 있게 만든 것이라고 최근 자평했다.

아시아 최강의 군사력을 향해

중국의 군사력은 현재 세계 5위 안팎으로 평가받는다. 건국 초기 일본군에게 빼앗은 무기로 무장했던 중국 인민해방군은 현재 병력 230만 명의 세계 최대 상비군으로 성장했다. 중국의 군사력은 아시아에서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바짝 뒤쫓는 수준이다.

올해 스웨덴 스톡홀름평화연구소(SIPRI)의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849억 달러를 군사비로 지출해 군비 지출에서 세계 2위로 올라섰다. 중국의 군비 증강은 최근 10년 사이 2배(194%) 증가해 증가 속도가 세계 군사대국 10강 가운데 가장 빠르다. 미국 6073억 달러의 14% 수준이지만 한국 242억 달러(11위)의 3.5배에 이르는 군사비다.

중국은 미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3대 우주강국이기도 하다. 중국은 지난해 3번째 유인우주선을 발사했다. 또 세계 3번째로 우주 유영에 성공했다. 현재 화성탐사 계획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2020년까지 우주정거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스스로도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량광례() 중국 국방부장은 최근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주에 군사위성이 있고 하늘에 젠()-10 전투기, 육지에 최신 미사일과 탱크, 바다에 신예 구축함이 있다고 밝혔다. 량 부장은 이런 첨단 무기들은 서방의 최신 무기와 대등하거나 이에 매우 근접한 수준이라고 자평했다.

책임 있는 대국 목소리 높아

중국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세계인의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특히 자국의 이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중국 정부의 자세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비판은 매우 거세다. 선진국들이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를 위해 노력하는 사이 중국은 배출량이 매년 크게 늘어 2006년부터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가 됐다. 에너지와 자원 확보를 위해 수단 등 인권을 억압하는 정부를 돕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중국 정부의 태도 또한 비판의 대상이다.

피터 나바로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슈퍼파워 중국이란 책에서 중국의 암울한 측면을 분석하고 중국은 대국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헌진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