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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주들, 얼마나 무서웠니 눈물의 프놈펜

내 손주들, 얼마나 무서웠니 눈물의 프놈펜

Posted June. 29, 2007 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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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착한 애였는데 왜 내 딸을 데려가. 험한 산속에서 혼자 얼마나 무서웠니.

살아만 있어달라고 빌고 또 빌었던 절절한 바람은 산산이 부서졌다. 25일 추락한 캄보디아 여객기 탑승객 고 이명옥 씨의 어머니 서만숙 씨는 딸의 영정을 끌어안고 오열하다 결국 실신했다.

소중한 추억을 남기려고 캄보디아를 찾았던 한국인 13명은 결국 싸늘한 시신으로 이날 가족들의 품에 안겼다.

28일 오후 1시 40분(이하 현지 시간)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프놈펜 시내 칼메트 병원에 도착한 유족들은 버스에서 내릴 때까지만 해도 담담한 표정이었다. 악몽을 꾸고 있을 뿐이라고, 잠에서 깨어나면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하지만 합동분향소에 들어가 영정사진을 보는 순간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 앞에 유족들의 마음은 다시 무너져 내렸다.

아들인 조종옥 KBS 기자, 며느리 윤현숙 씨, 두 손자까지 한꺼번에 잃은 박정숙 씨는 영정을 끌어안고 참았던 울음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그는 홀로 남은 손자 윤후(1) 군을 떠올리고는 아들이나 며느리 둘 중 하나만 살았더라도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고 윤현숙 씨의 아버지 윤창도 씨도 공항에 배웅을 나갔을 때 기쁘게 떠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면서 고개를 숙인 채 마른 울음을 삼켰다. 관광가이드였던 고 박진완 씨의 동생 박준완 씨는 선교활동을 하면서 늘 도움을 받아 미안하다고 형이 말했는데 형을 이렇게 보내 오히려 내가 미안해라며 오열했다.

오후 2시 20분부터 유족들 중 원하는 사람들에 한해 시신보관실로 들어가 처참하게 숨진 피붙이들과 눈물의 상봉을 했다. 처음으로 시신을 보고 나온 유족대표 이충호(고 이충원 씨 동생) 씨는 다른 유족들에게 보셔도 알아보기 힘들 겁니다라며 울먹였다.

오후 5시 합동분향소에서는 프놈펜 제일교회 서병도 목사 주재로 유족, 현지 교민, 대사관 직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행사가 열렸다. 희생자 시신과 유족들은 29일 밤 11시 20분 대한항공 특별기편으로 한국으로 향한다.

28일 아침부터 조문이 시작된 합동분향소에는 신현석 주캄보디아 대사, 오갑열 외교통상부 해외동포대사 등 정부 관계자와 현지 교민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캄보디아 측에서도 님반다 캄보디아 수석 선임장관(우리의 부총리에 해당), 리툭 선임장관을 비롯한 정부 고위관계자가 분향소를 찾아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다.

한편 추락 여객기에 당초 한국 관광객 2명이 더 타기로 돼 있었다는 일부 주장은 사고 전 희생자 일행을 만났던 다른 관광객이 우리도 그 비행기에 탔으면 사고를 당했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 와전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세형 김재영 turtle@donga.com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