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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버지니아공대 학생회가 보낸 편지

[사설] 버지니아공대 학생회가 보낸 편지

Posted April. 20, 2007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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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의 슬픔을 이겨내기도 버거울 미국 버지니아공대 학생회가 그제 주미 한국대사관에 감사의 e메일을 보냈다. 노무현 대통령과 한국의 지도자들, 그리고 국민이 한 몸으로 보여 준 위로와 애도에 대한 감사의 편지였다.

학생회는 지금은 인종, 신념, 계층을 넘어 폭력을 이겨내려는 사람들 모두에게 힘을 줘야 할 때라며 한국이 그런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연대(solidarity)를 보여 준 데 대해 깊이 감사한다고 했다. 한 사람의 행동이 우리 학생들과 한국 국민 사이에 장벽을 만들지 않을 것이며, 만들도록 놔두지도 않을 것이다는 말도 했다.

1200여 명의 희생자를 낸 2005년 뉴올리언스 허리케인 참사 때도 한국의 피해 복구 지원에 감사하는 미국 국민의 편지가 있었지만, 버지니아공대 학생회의 편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한다.

자연 참사가 아닌 데다 범인이 한국 국적의 이민 1.5세여서 200만 재미() 교민과 10만여 명의 유학생이 어려움을 겪지나 않을까, 이 일로 한미 관계가 불편해지지나 않을까, 적이 걱정했던 것이 사실이다. 국가 차원의 조문사절 얘기까지 나왔다. 그런 우리를 버지니아공대 학생들은 오히려 위로하고 안심시켰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국민은 이건 한국인의 문제가 아니다. 위로는 고맙지만 사과할 필요는 없다는 미국 국민의 반응에 안도하면서 슬픔을 나눠 가질 수 있는 길이 없는지 안타까워하고 있다. 오랜 친구로서, 문명사회의 일원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마음이다.

그럼에도 일부 신문의 빗나간 보도 태도는 우리를 참담하게 만든다. 한 신문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한 방에 33명, 이로써 우리 총기 기술의 우수성이 다시 한 번이라고 브리핑하는 모습을 그린 만평()을 실었다가 부랴부랴 취소했다. 다른 한 신문은 선진화에 총기 소지 합법화도 들어가나?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조롱하는 만평을 내보냈다.

이념이 뭔지 몰라도 남의 불행과 슬픔마저도 정치적 공격의 소재가 된다고 생각하는 언론이라면 이미 사회의 공기()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그들은 버지니아공대 학생들의 편지에서 배워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휴머니즘과 이성()의 기초 위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는 그들에게서 미국과 인류사회의 보편의 양식()과 가치를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