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축구협회가 2006 독일 월드컵을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각 정부 부처의 등쌀에 몸살을 앓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물론 국정홍보처, 국가정보원 등이 월드컵을 앞두고 어떻게 하면 자기 부처의 이미지를 끌어올릴까에 급급해 축구협회에 각종 문의는 물론 협조 공문을 쏟아내 협회가 정작 대표팀 지원에는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축구협회 상급 기관인 문화관광부는 최근 협회에 장관과 차관이 월드컵 기간 중 독일 현지로 격려차 가는데 대표팀 선수들을 만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회가 시작되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선수단이 외부 인사를 만나지 않는 것은 불문율. 게다가 월드컵에 출전하는 대표팀 선수들은 개최국에서 철통같이 경비를 서고 훈련과 경기 외에는 다른 활동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문화부는 또 언제 어디로 가야 한국 기자단을 만날 수 있는지와 현지 취재진의 신상명세서를 보내 달라고 협회에 요청해 대표팀 격려보다는 장차관 얼굴 홍보에 더 관심이 있음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문화부의 한 관계자는 18일 취재 기자단 명단을 요청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선수들을 최대한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격려 행사를 가질 예정이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홍보처는 독일 쾰른의 대표팀 숙소에 홍보 부스를 설치하자는 황당한 제안을 협회에 했다. 대표팀 숙소는 선수단과 협회, 국제축구연맹(FIFA) 관계자 이외에는 어느 누구도 들어갈 수 없다. 국정홍보처의 한 해외홍보원은 한 술 더 떠 홍보 부스를 설치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의 절반은 협회가 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에 협회 관계자들이 난감해 하자 국정홍보처 관계자는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해 하는 일인데 협회도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타를 했다고. 국정홍보처는 또 어디에 홍보 부스를 설치해야 한국 기자들이 잘 오겠느냐고 해 역시 제사보다는 젯밥에 관심이 있음을 노골적으로 보여 줬다.
이에 대해 국정홍보처는 우리 직원들이 개별적으로 협회에 협조 요청을 했는지 사실 확인이 안 되지만 협회가 우리를 도와주는 것은 하나도 없다라며 오히려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한국 경기를 관전하는 것을 놓고도 말이 많다. 고위 관계자들이 독일 현지에 간다는 소식이 들리자 국정원과 주독일대사관 관계자들이 모두 협회로 연락해 정부 고위 관계자가 선수들을 만나려면 언제가 좋겠느냐. 취재진은 어떻게 하면 많이 오느냐고 연일 문의해 협회 업무가 마비될 정도다.
월드컵을 놓고 벌이는 정부 부처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한 원로 체육인은 과거 독재정권 때는 스포츠를 좋아하는 지도자가 스포츠에 많이 투자를 하면서 이용하는 측면이 있었는데 현 정부는 스포츠에 전혀 관심도 없고 투자도 하지 않다가 국민이 열광하는 행사만 다가오면 뭔가 한 건을 하려고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비꼬았다.
양종구 박민혁 yjongk@donga.com mhpark@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