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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콜롬보 별순검 나가신다

Posted September. 16, 2005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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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추석은 연휴 기간이 짧은 탓인지 지상파 TV가 제작한 특집 드라마가 적은 편이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이 MBC의 조선 과학수사대 별순검().

별순검은 조선 말 법의학 수사를 다룬 퓨전사극으로 18일 오후 1시 50분 방영된다. 별순검은 한말 경무청()과 경위원()에 소속돼 특수임무를 수행한 사복 경찰관을 말한다.

조선시대 법의학의 수준은 현대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원한을 없게 한다는 조선시대 법의학서 무원록을 보면 다양한 검시 사례들이 나온다. 사라진 혈흔을 발견하기 위해 양초를 이용하는 것은 현대 법의학자가 루미날을 쓰는 것과 같은 원리였다. 또 목매달아 죽었을 때는 동맥과 정맥이 함께 막혀 울혈(검은 피)이 없지만 살해 후에 목을 매단 것처럼 꾸몄을 때는 정맥만 막히기 때문에 사체의 얼굴이 검붉어진다는 구별법도 제시하고 있다. 드라마 별순검은 이 같은 조선시대 법의학을 응용해 범인을 찾는 과정을 실감나게 그린다.

1903년 권씨 집안에 시집간 딸 김씨의 죽음에 의문을 가진 아버지가 삼험(3번째 조사)을 의뢰한다. 이전 조사에서 딸이 목매달아 자살한 것으로 결론 났지만 아버지는 평소 난봉꾼이던 사위가 가족들과 결탁해 딸을 죽였다고 주장한다.

검시 결과 역시 목매달아 자살했다는 결론이 내려지지만 별순검은 몸 여기저기에 난 멍 자국을 보며 타살 가능성을 탐문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별순검은 마을 사람들로부터 김 씨의 남편 권 씨가 난봉꾼이 아니며 김 씨가 결혼한 지 수년이 지나도 아기를 갖지 못해 몇 차례 목숨을 끊으려고 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또 몸에 난 상처는 김 씨가 죽기 전날 자살하기 위해 절벽에서 굴렀다가 간신히 목숨을 건졌을 때 생긴 것이라는 사실도 마을 사람들의 증언으로 밝혀진다.

결국 김 씨의 아버지가 권씨 집안을 허위 고소한 것으로 결론이 날 무렵. 마지막 검시에 나선 별순검은 김 씨의 상처에서 의문의 나뭇조각을 발견한다. 별순검은 누군가가 나뭇조각을 다듬은 흔적이 있다는 점과 김씨의 상처가 한 방향으로만 난 것에 주목하고 그 연관성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이 드라마는 법의학뿐만 아니라 별순검이 잠복근무를 할 땐 식사를 어떻게 했는지, 식사 후 영수증 처리는 했는지 등을 고증을 바탕으로 재현한다. 주인공인 선임 순검 김사율 역은 정유석이, 여주인공 다모 순검은 드라마 토지에서 귀녀로 출연했던 조안이 맡았다.



서정보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