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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소나기 맞을 수밖에

Posted October. 22, 2003 22:43   

한나라당은 22일 최돈웅 의원이 SK비자금 수수를 시인한 것과 관련해 당 차원의 진상 파악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대응책 마련에 분주했다.

우선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최병렬() 대표 주재로 긴급 주요당직자회의를 열고 대국민 사과방침을 정했다. 최 의원이 비자금 수수를 시인한 이상 당이 모른 척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이를 털고 가지 않을 경우 내년 총선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현실적 고려에 따라 신속한 사과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태희() 대표비서실장은 소나기가 오는데 우산을 쓴다고 비를 덜 맞겠느냐며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지금 시점에서는 그냥 소나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한나라당은 일단 최 의원이 돈을 받은 사실 자체는 인정하는 분위기다. 다만 정확한 진상파악이 제대로 안된 탓에 공식적인 반응은 자제하고 있다. 최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에게 입 조심을 당부하기도 했다.

긴급 주요당직자회의 직후 박진() 대변인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본 뒤 당의 입장을 정리하는 순서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문제는 사조직 유입설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데도 이 비자금을 넘겨받았을 개연성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회창 전 총재의 한 측근은 검찰수사가 공명정대하게 끝나면 그때 가서 검토해 이 전 총재가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안다며 다만 분명한 것은 이 전 총재 주변은 SK비자금과 전혀 상관이 없다는 점이다고 강조했다.

이 전 총재의 개인 후원회인 부국팀을 운영 총괄했던 이흥주() 전 특보도 단 한 푼도 부국팀으로 들어오지 않았다며 부국팀은 철저하게 법에 정해진 테두리 내에서 운영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최 의원의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심규철() 의원은 이날 이 전 총재가 지난 대선 당시 최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이 몇 군데 전화하고 그런 모양인데 돈 문제에 지나치게 나서지 마라고 경고했다고 최 의원이 말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발언은 이 전 총재가 측근이나 당소속 의원들의 비공식 대선자금 모금에 제동을 건 것으로 해석되지만 다른 측면에선 당의 대선자금 모금과정 등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음을 시사한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어서 주목된다.



박민혁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