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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병원도 쓰러진다

Posted October. 20, 2002 23:00   

의약분업 이후 동네 의원과 대형 종합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면서 2차 진료기관인 중간 규모 병원의 경영난이 도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2차 진료기관 중 규모가 큰 병원들마저 부도처리되거나 폐업을 선언하고 있어 의료계가 긴장하고 있다.

특히 2차 의료기관 소속 의사들이 적은 월급 등을 이유로 대거 빠져 나가는 데다 병원 측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과감한 시설투자를 하지 못하는 등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어 의료 시스템이 왜곡될 것으로 우려된다.

2차 의료기관의 경영 악화20일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서울 광진구 구의동 방지거병원은 의약분업 이후 인건비 증가 및 방만한 운영으로 6월 말 최종 부도처리됐다. 또 목포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던 목포 가톨릭병원(2차 진료기관)도 지난달 중순 경영난과 이로 인한 노사분규로 결국 폐업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병원협회는 의약분업 이전인 1999년에는 2차 의료기관의 도산율이 6.5%였으나 금년의 경우 10.3%로 추산되고 있다며 2차 의료기관의 상황을 정부가 방치한다면 생존권을 위해 대규모 시위 등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문제점방지거병원 전 관계자는 의약분업 이후 환자가 줄어들면서 고가의 의료장비를 도입하고 제2병원 설립을 추진하는 등 시설투자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며 특히 이름있는 의사들이 빠져나가자 환자 이탈 현상까지 생겨나 최종 부도가 났다고 말했다.

최고 70여명에 달했던 이 병원 의사 수는 의약분업 이후 의사들이 나홀로 개업에 나서면서 부도 직전 50여명으로 감소했다. 환자들도 급감해 내과의 경우 4개에서 1개로, 소아과는 5개에서 3개로 축소했지만 회생하지 못했다는 것.

의사 부족으로 인건비는 급상승하고 있다. 한 병원 관계자는 600만원이던 2차 의료기관의 내과 과장 월급이 최근 1000만원으로 뛰었고 여기에 성과급까지 지급하고 있다며 100300%까지 인건비를 올려도 의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했다.

병원의 건강보험 수가체계가 동네병원에 비해 열악한 것도 경영난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외래진료비가 1만5000원 이하인 경우 동네병원은 3000원(정액)을 내면 되지만 중소병원은 환자부담이 40%에 달하는 것. 이는 대형 종합병원(50%)과 큰 차이가 없는 것이어서 중소병원의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동네의원과 종합전문병원은2차 의료기관의 상황이 악화되자 의사들이 동네의원 개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3월 현재 의원급 1차 의료기관의 수는 2만1834개로 작년보다 21.3%가 증가했다. 이는 과거 10년간 의원 수 증가율 68%대에 비해 급격히 늘어난 것. 동네의원의 수입이 증가하는 것도 2차 의료기관의 인력이탈을 가속되는 요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원 1곳당 약제비를 제외한 건보 급여비 수입이 의약분업 이전(2000년 상반기) 9284만원대에서 분업 이후(2001년 상반기) 1억3738만원으로 48%나 높아졌다.

대학병원을 포함한 3차 의료기관의 경우는 진료를 위해 2, 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환자 적체 현상이 여전하다.



이진구 이성주 sys1201@donga.com stein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