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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국가정보원 안가

Posted February. 23, 201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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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도네시아 특사단이 묵었던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내부에 국가정보원 사무실이 있다는 보도다. 그것도 특사단이 머물렀던 19층 바로 위층에. 그렇다면 오전 9시 27분이라는 이른 시간에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특급호텔의 디럭스룸 층에 정장 차림의 젊은 국정원 요원들이 쉽게 들락거린 이유가 짐작된다.

정보 수집은 강인한 체력의 공작원이 닌자()처럼 특정 장소에 침투해 정보를 훔쳐오는 방식으로만 이뤄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사교를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첩보수집의 대상이 되는 실력자들이나 외국인들은 고급 호텔에서 우아한 만남을 하기에 모든 나라의 정보기관은 주요 호텔을 주시한다. 그래서 호텔 방을 빌려 사무실을 겸한 안전가옥(안가)으로 활용한다. 정보기관은 보안상 외부인을 정보기관 안으로 불러들일 수 없기에, 이 안가로 불러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다.

안가는 꼭 호텔 안에만 마련하는 것은 아니다. 허름한 음식점일 수도 있고 요정이나 일반 가옥이 될 수도 있다. 1998년 국정원의 한 공작 팀이 중국 선양()에서 북한인 최 모씨를 데려와 일반 가옥 형 안가에서 특수정보를 캐내는 조사를 했다. 그런데 그는 국정원이 원하는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았다. 잘못 데려왔다는 판단이 내려져 감시를 소홀히 하자 최 씨는 안가를 탈출해 모 신문사를 찾아갔다. 최씨가 사라진 것을 알고 쩔쩔매던 국정원은 이 신문사가 연락을 해준 다음에야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최씨 사건은 이번 롯데호텔 발각 사건이 있기 전까진 가장 멍청한 공작 사건으로 꼽혔다.

안가는 생각보다 허술하다. 그도 그럴 것이 엄청난 보안 시설을 하면 금방 남의 눈에 띄기 때문이다. 주변과 어울리는 곳을 안가로 삼다보니 보안의식이 허술해질 수 있다. 이번 사건이 국정원 요원에 의한 이뤄진 것이 맞는다면, 이들 또한 편한 생활에 젖어 허술하게 행동했을 수 있다. 호텔 측은 그들 말을 다 들어줄 터이니 긴장감 없이 행동하다 망신을 자초한 것이다. 안전가옥은 남의 눈에 띄지 않아 보안이 잘 된다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지, 정보원들이 편하게 지내라고 붙여준 이름이 아니다. 그런 이들이 머무는 곳은 안가가 아니라 나라를 시끄럽게 만드는 불안가()다.

이 정 훈 논설위원 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