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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제조업의 자존심이자 세계 최대 완성차 업체 중 하나인 폭스바겐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 폭풍에 휘말렸다.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글로벌 전체 직원의 6분의 1에 달하는 최대 10만 명을 감원하고, 독일 내 공장 4곳을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당시 창사 88년 만에 처음으로 독일 본토의 드레스덴 공장 문을 닫았는데 곧바로 2차 충격파가 몰아친 것이다.
▷폭스바겐은 도요타에 이어 글로벌 자동차 생산 2위 타이틀을 자랑하는 공룡이지만, 속으론 오랫동안 곪아 왔다. 2019년 1100만 대에 이르던 글로벌 신차 판매량은 지난해 900만 대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53.5%나 줄었고, 영업이익률은 2.8%에 불과해 차를 팔아도 거의 남지 않는 수준이다. 판매량은 현대차그룹이 턱밑까지 쫓아왔고, 영업이익은 현대차그룹에 이미 역전당했다.
▷이름 그대로 ‘국민차’인 폭스바겐이 벼랑 끝에 몰린 이유는 복합적이다. 2016년 가스 배출량을 조작한 ‘디젤게이트’로 신뢰에 큰 상처를 입었고 무엇보다 내연기관 시대의 영광에 취해 패러다임 전환의 골든타임을 놓쳤다. 야심 차게 추진한 전기차(EV) 전환은 자체 소프트웨어 개발 실패와 리콜 사태로 스텝이 꼬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독일 내 에너지 비용이 폭등하면서 생산성마저 바닥을 쳤다. 그사이 안방인 유럽 시장까지 무서운 속도로 잠식해 들어온 BYD 등 중국산 저가 전기차의 공세는 치명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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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의 몰락은 고비용·저효율 구조에 갇힌 거대 제조 기업이 산업 전환기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순식간에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볼 순 없다.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한국을 먹여 살려 온 전통 제조업들도 비슷한 궤적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경직된 노동 구조와 높은 인건비, 턱끝까지 추격해 온 중국의 기술력 앞에 우리는 과연 독일보다 경쟁력이 앞선다고 자신할 수 있나. 구조 개혁을 도외시하고 체질 혁신에 실패한다면 오늘 폭스바겐의 비명이 내일 한국 제조업에서 일상이 될 수도 있다.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