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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경기 침체에 시멘트 투자 여력 감소… 환경·안전 투자는 90% 육박

입력 | 2026-06-26 16:58:56

한일시멘트 단양공장 전경. 한일시멘트 제공


국내 시멘트업계의 올해 설비투자 계획이 지난해보다 약 1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경기 침체로 시멘트 내수 출하가 급감하면서 업계의 투자 여력은 줄었지만, 탄소감축과 환경규제 대응에 필요한 설비투자 수요는 여전히 큰 상황이다.

한국시멘트협회는 국내 주요 시멘트업체의 ‘2025년 설비투자 실적 및 2026년 계획’을 집계한 결과, 올해 설비투자 계획 규모가 4297억 원으로 나타났다고 26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4726억 원보다 약 10% 감소한 수준이다. 최근 5년 평균 설비투자액 4992억 원과 비교해도 13.9% 줄었다.

시멘트업계의 설비투자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게 됐다. 업계는 2020년 이후 탄소중립 대응과 환경영향 저감을 위해 설비투자를 확대해 왔으나, 최근 건설경기 부진에 따른 판매량 감소로 투자 여력이 약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업황 악화는 출하량에서 먼저 확인된다. 한국시멘트협회는 지난해 시멘트 내수 출하량이 3650만 톤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는 전년 4371만 톤보다 16.5% 줄어든 규모로, 1991년 이후 34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올해도 수요 반등이 뚜렷하지 않아 3600만 톤 안팎에 머물 가능성이 거론된다.

주요 시멘트사들도 판매량 감소와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 한일시멘트는 2025년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시멘트 판매량이 전년 대비 약 10% 감소했고, 연결 매출은 2024년 1조7000억 원대에서 2025년 1조4000억 원대로 줄었다. 영업이익도 2714억 원에서 1327억 원으로 축소됐다. 쌍용C&E 역시 2025년 3분기 누적 연결 영업이익이 623억 원으로 전년 동기 1067억 원보다 감소했다.

다만 올해 1분기 일부 업체 실적이 개선된 점은 업황 회복보다는 일시적 요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기온보정강도 제도 시행으로 겨울철 시멘트 사용량이 늘고, 일부 업체의 대보수 일정 조정 효과가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2분기 이후 시멘트 수요 둔화와 물류비·원재료비 부담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투자 규모는 줄었지만 설비 유지·보수와 에너지 절감, 공해 방지, 환경·안전 등을 포함한 합리화 설비투자는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5년 평균 기준 합리화 설비투자는 4269억 원으로 전체 설비투자의 85.5% 수준이다. 올해 계획만 놓고 보면 합리화 설비투자는 3844억 원으로 전체의 89.5%를 차지한다.

이는 전체 투자 여력은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시멘트업계가 노후 설비 보수와 에너지 효율 개선, 환경·안전 관련 투자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는 의미다. 시멘트산업은 생산 과정에서 에너지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이 큰 업종인 만큼 탄소감축 설비, 대기오염물질 저감 설비, 안전 설비 등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문제는 투자 필요성은 커지지만 업황은 따라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방산업인 건설경기 침체로 내수 수요가 줄고, 물류비와 유가, 원재료비 부담까지 확대되면서 업계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환경규제 대응과 탄소감축을 위한 중장기 투자 계획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질소산화물 배출 저감을 위한 선택적촉매환원설비, 즉 SCR 설치 부담도 남아 있다. SCR은 배출가스 내 질소산화물을 줄이기 위한 설비로, 환경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대규모 투자비가 들어간다. 업황 부진 속에서 이 같은 환경 설비투자 재원을 자체적으로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시멘트업계가 가장 시급한 과제로 보는 부분은 온실가스 감축 대응이다.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NDC 달성을 위해서는 연료 전환, 공정 개선, 탄소 포집 등 관련 기술과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 협회는 온실가스 감축 핵심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2035년까지 실용화에 필요한 설비투자 재원만 약 5조 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1분기에는 전년 대비 기저효과로 시멘트 출하가 일부 개선됐지만 물류비와 유가, 원재료 비용 상승으로 생산원가 부담이 크게 늘었다”면서 “2분기 들어 시멘트 수요가 다시 급감하면서 1분기 개선 효과도 상쇄됐다”고 말했다.

시멘트업계는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내수 부진과 원가 상승이 동시에 이어지는 상황에서 탄소중립과 환경개선 투자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멘트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건설경기 회복과 함께 환경투자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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