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첫 손주 얼굴도 못보고…60대, 4명에 생명 선물하고 떠나

입력 | 2026-06-25 10:46:00


4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3일 세상을 떠난 송기섭 씨(67). 뉴시스

아들의 결혼과 딸의 출산을 앞두고 있던 60대 가장이 뇌사에 빠진 뒤 4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3일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에서 송기섭 씨(67)가 4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25일 밝혔다.

송 씨는 지난달 25일 어지럼증과 함께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져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그는 이후 치료와 수술에도 끝내 뇌사 상태에 이르렀다.

송 씨의 가족들은 남을 배려하던 그의 성품을 잘 알았기에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아내 윤안순 씨는 “생전 남편이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고, 평소 남을 먼저 생각했던 만큼 장기기증을 통해 다른 이들 속에서 삶을 이어갈 수 있다면 남편도 기뻐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전했다.

4남매의 장남으로 자란 송 씨는 직장 생활을 거쳐 20년 가까이 화물차를 몰며 생계를 책임졌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쉬지 않고 일하면서 아흔 된 어머니의 병간호를 도맡아 했다.

송 씨는 43년을 함께 살아온 아내에게는 무더운 여름이면 선풍기부터 챙겨주는 자상한 남편이었고, 딸과 아들에게는 말보다 행동으로 사랑을 표현하던 아버지였다고 한다. 아들 송인규 씨는 “아버지가 표현은 많지 않았지만 자녀들을 세심히 챙기고, 주변 어른들에게 늘 허리 숙여 정중히 인사하던 분이었다”며 “그런 모습을 존경했다”고 아버지의 모습을 회상했다.

송 씨는 오는 11월 아들의 결혼과 올가을 딸의 출산을 기다렸다. 아내 윤 씨는 손주가 태어나면 사진을 찍어 늘 갖고 다니겠다며 기뻐하던 남편이 손주를 만나지 못한 채 떠난 것을 안타까워했다.

윤 씨는 남편에게 “여보, 이제 무거운 짐 내려놓고 훨훨 날아다녔으면 좋겠어요. 당신은 이 세상에 없어도 누군가는 당신의 일부를 품고 살아갈 테니 그걸 위안 삼아 살아갈게요. 사랑해요”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아들 송인규 씨도 “마지막 순간까지 가장 귀한 사랑을 베풀고 가신 아버지의 아들이어서 좋았습니다. 정말 자랑스럽고 감사했습니다. 아버지, 많이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