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울산 시민 ‘약속 장소’ 현대백화점 동구점 사라지나

입력 | 2026-06-25 04:30:00

1977년 문 연 현대백화점 모태
조선업 불황에 지역 인구 줄고
후발 타점포에 밀려 입지 축소
복합개발 유력 “당장 폐점 아냐”



현대백화점의 출발점인 현대백화점 울산점 동구. 1977년 현대쇼핑센터로 문을 연 뒤 50년 가까이 동구 상권의 상징으로 자리해 왔지만 최근 복합개발 사업이 추진되면서 변화의 기로에 섰다.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현대백화점 앞에서 만나자.”

한때 울산 동구 주민들에게 가장 익숙한 약속 장소였다. 현대중공업 직원과 가족들이 주말을 보내고, 주민들이 장을 보고 식사하던 공간이었다. 아이들은 옥상정원을 뛰어다녔고 부모들은 지하 식품관에서 저녁거리를 샀다.

1977년 문을 연 국내 첫 현대백화점 점포이자 동구 상권의 상징인 현대백화점 울산점 동구가 역사적 전환점을 맞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출발점으로 불리는 이 공간이 대규모 주거·상업 복합개발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지역사회에서는 기대와 함께 “동구의 상징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아쉬움도 커지고 있다.

● 현대백화점의 시작은 울산 동구

현대백화점 동구점은 1977년 현대중공업 임직원과 가족들을 위해 문을 연 ‘현대쇼핑센터’가 전신이다.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직원 가족들의 생활 편의를 위해 조성한 시설로, 현대백화점 역사의 출발점으로 평가받는다.

1985년 현대백화점으로 승격된 뒤에는 서울 압구정본점 개점 전까지 사실상 본점 역할을 수행했다. 1995년 부산점 개점 전까지는 현대백화점의 유일한 비수도권 점포였고, 1998년 삼산동 울산점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울산의 유일한 백화점이었다.

현대중공업의 성장과 함께 규모를 키운 동구점은 오랫동안 지역 상권의 중심축 역할을 했다. 단순한 유통시설을 넘어 주민들의 생활과 추억이 쌓인 공간이었다.

● “동구의 상징 사라지나” 아쉬움

하지만 조선업 불황과 인구 감소, 상권 이동은 동구점에도 직격탄이 됐다. 소비자들은 울산 남구와 부산·대구권 대형 쇼핑시설로 발길을 돌렸고, 동구점의 입지도 점차 좁아졌다.

2016년 1449억 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798억 원까지 감소했다. 2020년 처음으로 연매출 1000억 원 아래로 떨어진 뒤 회복하지 못했고, 결국 지난해 6월 독립 점포였던 울산동구점은 ‘현대백화점 울산점 동구’로 전환됐다.

최근에는 현대백화점이 참여한 컨소시엄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2025년 제1차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민간제안사업’ 공모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복합개발 계획이 가시화됐다. 사업이 최종 확정되면 울산 동구 서부동 부지에는 750가구 규모의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과 상업·문화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현대백화점 측은 이번 사업이 곧바로 폐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재개발 추진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사회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동구의 상징 같은 공간이 사라지는 것 같아 허전하다”, “어릴 적 추억이 담긴 장소인데 아쉽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동구 주민 김민수 씨(49)는 “어릴 적 가장 설레던 외출 장소가 현대백화점이었고, 지금은 자녀와 함께 찾는 공간이 됐다”며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치 동네의 한 시대가 끝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인근 상인 박민석 씨(55)는 “현대백화점은 단순한 쇼핑시설이 아니라 동구 상권의 중심축 역할을 해왔다”며 “개발 이후에도 사람들이 찾는 공간으로 남아 지역경제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태선 국회의원(울산 동구)은 “현대백화점 동구점은 동구민의 자부심이자 지역 상권의 한 축이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백화점 폐점에 대비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