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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女소방관, “서장·과장 사이 앉아라” 회식 갑질 시달렸다

입력 | 2026-06-24 17:00:00

국무조정실 조사 결과 음주 강요 등 확인
새벽 2시까지 술마시며 “오빠라고 불러라”
해외여행 다녀올 땐 술·커피 사오라 강요



광주시청 앞에서 열린 ‘고(故) 소방공무원 사망사건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소방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과 유족들이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국무조정실이 지난해 10월 발생한 광주 광산소방서 소속 20대 여성 소방관 사망 사건의 진상을 조사한 결과, 직장 내 회식 및 음주 강요 등 각종 갑질 의혹이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유족의 감찰 요구를 광주소방안전본부와 소방청이 묵살했다는 의혹도 사실이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이 사건을 공개적으로 질타한 바 있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24일 광산소방서 소속 여성 소방관 사망 사건에 대한 특별점검 결과를 발표하고 회식·음주 강요, 유족 측 감찰 요구 묵살, 심리상담 자료 유출 및 왜곡 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점검단은 지난 11일부터 약 2주간 소방청 본청과 광주소방안전본부, 광산소방서를 대상으로 집중 점검을 실시했다. 

조사 결과 피해자는 근무 기간 중 사실상 강요된 회식에 지속적으로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는 15개월 동안 총 24차례 술자리에 참석했으며 일부 회식은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이어졌다.

특히 회식 자리에서는 ‘후래자 삼배’, ‘파도타기’ 등 이른바 폭탄주 원샷 문화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직속 상사 등이 피해자에게 “서장과 과장 사이에 앉아라”, “서장에게 술을 받아라”, “편하게 오빠라고 불러라” 등의 요구를 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 밖에도 상급자들은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피해자에게 술과 커피를 사 오도록 지시하거나, 퇴임식 행사 준비, 상급자 경조사 지원, 차량 운행 등 사적 노무를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유족과 고인의 약혼자가 제기한 감찰 요구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광산소방서는 유족의 감찰 요구에 대해 회식 횟수와 피해자의 업무 태도만 형식적으로 확인한 뒤 ‘특이 사항 없음’으로 종결했다. 특히 갑질 의혹 당사자인 부서장이 감찰 부서장을 겸하며 사실상 ‘셀프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소방안전본부 역시 익명 제보 시스템과 유족 측 문제 제기에도 별도 감찰에 착수하지 않은 채 약 5개월간 방치했다. 소방청도 감찰 계획을 수립했지만, 관련자 대면 조사조차 하지 않는 등 사실상 감찰을 해태했다고 점검단은 판단했다.

피해자의 심리상담 자료가 무단으로 활용된 사실도 드러났다. 광주소방안전본부는 권한 없이 상담업체로부터 피해자의 심리상담 자료를 제공받은 뒤 일부 내용만 발췌해 ‘남자친구와의 교제 어려움’이 사망 원인인 것처럼 보고 문건을 작성했다. 해당 내용은 사망 면직 관련 공문에도 첨부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무조정실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광산소방서 9명, 광주소방안전본부 6명, 소방청 본청 2명 등 총 17명에 대해 징계 등 엄정 조치를 요구할 방침이다. 관리 책임이 있는 퇴직자 2명은 수사 의뢰하고, 추가로 확인된 사행행위 등 위법 행위에 대해서도 수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광산소방서 소속 20대 여성 소방관이 과도한 직장 내 음주 회식 강요와 부당한 업무 지시를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후 광주소방안전본부는 피해자의 심리상담 자료 중 ‘남자친구와의 교제 어려움 토로’ 내용만 발췌해 보고 문건을 작성했고, 해당 문건은 사망면직 공문에 첨부돼 외부로 공개됐다.

피해자의 남자친구는 생전 피해자가 회식과 음주 강요로 힘들어했다는 문자메시지 등을 공개하며 감찰을 요구했으나 본부는 5개월 동안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해당 사건 관련 보도를 공유하며 “회식 음주 강요 등 소방관의 사망 원인과 경위는 물론 감찰 조사 요청 묵살 경위까지 철저히 조사하라”고 국무조정실에 지시했다.  이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할 수 있는 최대치의 문책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이 대통령은 23일 국무회의에서도 해당 사건을 언급하며 “최악의 갑질”이라고 비판했다.
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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