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 기간 경기장 내에서 미후원 브랜드 노출을 철저히 금지하는 피파(FIFA)의 강력한 ‘클린 스타디움’ 규제가 뜻밖의 마케팅 찬스를 만들어주고 있다.
최근 온라인에는 월드컵 경기장 내에 비치된 다양한 소스통의 상표를 검은색 테이프로 꽁꽁 가린 사진이 올라와 화제를 모았다. 피파가 공식 후원 계약을 맺지 않은 브랜드를 경기장 안에서 일절 노출하지 못하게 통제하며 벌어진 풍경이다. 대중들은 이를 해프닝으로 넘겼지만, 식품기업 하인즈는 기가 막힌 마케팅 기회로 포착했다.
● 상표 가리자 ‘비공식 케첩’ 출시… FIFA 약 올리는 하인즈
2026 북중미 월드컵이 열리는 경기장에서 지워진 ‘하인즈’ 등 양념통 브랜드 로고들(왼쪽)과 하인즈에서 공개한 마케팅 이미지. 사진= 스포츠 저널리스트 케빈 응우옌 X, 하인즈 공식 인스타그램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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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즈 캐나다 측은 “집에서 경기를 보는 팬들도 경기장의 생생한 경험을 함께 즐길 수 있다”고 유쾌하게 응수했다. 또한 공식 SNS 프로필 사진마저 검은색 테이프로 가린 로고로 교체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 진짜 ‘하인즈’를 찾아라… 2022년 ‘인간 광고판’의 추억
하인즈가 피파의 허점을 찌른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에는 회사 이름과 스펠링이 똑같은 일반인 ‘토마스 하인즈’를 섭외해 인간 광고판으로 활용했다. 이름이 크게 적힌 옷을 입혀 경기장 안팎을 돌아다니게 하고 SNS로 #하인즈 찾기 이벤트를 열어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당시 업계에서는 하인즈가 이 캠페인으로 수백만 달러 상당의 노출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FIFA 측이 이를 공식 후원사를 기만하는 마케팅으로 판단하면서 캠페인이 조기 중단되기도 했다.
● 흰 천으로 꽁꽁 덮어도 ‘누가 봐도 배트윙’… 리바이스의 맞불
리바이스에서 공개한 ‘[이름이 검열된] 경기장’ 영상(위)과 세계 곳곳의 매장 간판에 흰 천을 씌운 모습. 사진=리바이스 공식 인스타그램 갈무리
그러나 이 조치는 리바이스에게 신의 한 수가 되었다. 리바이스 로고 특유의 ‘배트윙’ 모양 실루엣은 흰 천으로 덮어도 누가 봐도 리바이스임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려진 로고가 온라인에서 오히려 더 큰 화제를 모으자, 리바이스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공식 SNS 계정 프로필을 흰 천에 덮인 로고 이미지로 바꾸며 맞불을 놨다. 이와 함께 “아름다운 [검열된] 스타디움에 오신 전 세계인들을 환영합니다!”라는 재치 있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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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가 즐기는 마케팅, 강력한 브랜드 지지 이끌어
이러한 사례들은 스포츠 마케팅에서 대표적인 ‘앰부시 마케팅(Ambush Marketing·매복 마케팅)’의 일환이다. 앰부시 마케팅이란 공식 후원사가 아니면서도 교묘하게 규제를 피해 대회와 연관이 있는 것처럼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기법을 말한다. 특히 앰부시 마케팅은 이번 하인즈와 리바이스 사례처럼 규제의 팍팍함 자체를 유쾌한 놀이로 승화시키는 ‘펀(Fun) 마케팅’과 결합하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를 숨기려는 FIFA의 압박을 오히려 소비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위트 있는 콘텐츠와 한정판 제품으로 맞받아치며, 대중의 자발적인 공유와 더 강력한 브랜드 지지를 이끌어내는 역발상 전략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황지혜 기자 hwangj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