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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캄보디아 유인 고문…대포통장 빼앗아 2000만원에 팔아

입력 | 2026-06-23 14:54:00

대포통장 유통 조직원-국내 모집책 11명 검거
“회사 명의 통장 만들어 출국하면 4500만원 지급”
광고 보고 오면 캄보디아로 데려간뒤 감금-폭행
통장 빼앗아 피싱 조직에 1000만~2000만원에 건네




뉴시스

대포통장 한 개 값이 최대 2000만 원까지 치솟으면서, 이를 구하려고 사람을 해외로 데려가 감금하고 고문까지 한 대포통장 유통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통장이 은행 감시망에 걸려 막히면 통장 주인이 직접 은행에 전화해 풀어달라고 말하도록 미리 시나리오까지 짜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서울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전자금융거래법·국외이송유인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캄보디아 거점 대포통장 유통 조직원 및 국내 모집책 11명을 검거하고 이 중 6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통장을 만들어 넘긴 통장 주인 9명 역시 함께 붙잡혔다. 대포통장은 다른 사람 이름으로 만든 뒤 빌리거나 사들인 통장으로, 범죄조직이 추적을 피할 때 쓴다.

경찰에 따르면 30세 총책은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온라인 커뮤니티와 텔레그램 채널에 ‘출국 조건으로 회사 명의 통장을 만들면 최대 4500만 원을 지급한다’는 광고를 올렸다. 연락해 온 사람들에게 비행기 표를 보내 캄보디아로 데려간 뒤, 현지 숙소에 가두고 협박과 폭행으로 통장을 빼앗았다. 감금 기간은 2주에서 6주였다. 통장 주인 1명은 휴대전화로 숙소와 이동 경로를 몰래 찍었다가 들켜 다른 피해자들이 보는 앞에서 폭행과 고문을 당했다. 그 장면은 조직원 사이에도 공유됐다.

이렇게 빼앗은 통장은 보이스피싱 조직에 한 개에 1000만~2000만 원에 팔렸다. 총책은 이 돈으로 팀장과 중간 관리책, 유인책, 모집책 등 조직원에게 매달 200만~400만 원을 주고, 통장 빌려줄 사람을 데려오면 100만~200만 원의 성과급까지 줬다. 통상 대포통장은 송금 한도가 낮은 개인 명의는 1개당 500만 원, 한 번에 수십억 원도 옮길 수 있는 회사 명의는 1000만 원에 팔리는 게 보통이었지만, 최근 들어 가격이 오른 것이다.

이들은 계좌 압류 및 거래 정지를 막기 위해 각종 수법을 동원했다. 통신비 연체로 통장이 압류되는 것을 막으려 연체금을 대신 갚아주기도 했다. 은행의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에 걸려 거래가 막힐 경우를 대비해, 통장 주인이 직접 은행 상담원에게 전화를 걸어 차단을 풀어달라고 말하는 시나리오까지 만들어 외우게 했다. 통장에 거래 금액이 들어온 직후 곧바로 인출되는 등 이상이 감지되면 금융기관 자체 시스템에 의해 거래가 차단된다.

경찰은 캄보디아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2명을 추적하고 있다. 박구락 서울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 6계장은 “여권 무효화 조치 및 인터폴 적색수배를 통해 조직원을 끝까지 검거할 예정”이라며 “해외 거점 피싱 범죄 조직에 대한 수사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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