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저성장에 지방선거 참패 트럼프와도 내내 갈등… 최근 심화 이르면 내달 차기 총리 나올수도 최근 하원 입성한 버넘 유력 거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운데 연단에 선 사람)가 22일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실 앞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 2024년 7월 집권한 그는 고물가, 저성장 등으로 내내 낮은 지지율을 기록했고 지난달 지방선거 참패로 집권 노동당에서도 사임 압박을 받아 왔다. 런던=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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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 있는 권력 이양을 위해 모든 일을 하겠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22일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의 총리실 앞에서 대국민 연설을 갖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또 집권 노동당의 새 대표 후보 지명을 다음 달 9∼16일 중 마무리하고, 늦어도 올 9월 1일 의회 개회 전 새 총리가 취임할 때까지만 총리직을 유지하겠다고 공개했다.
노동당 차기 대표에는 앤디 버넘 하원의원이 가장 유력하다는 평가가 많다. 또 웨스 스트리팅 전 보건장관, 앤절라 레이너 전 부총리, 에드 밀리밴드 에너지안보장관 등도 거론된다. 노동당은 하원 650석 중 403석을 보유해 차기 노동당 대표가 의원내각제 국가인 영국의 새 총리에 오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버넘 의원이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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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넘, 다음 달 중 새 총리 등극 가능성
스타머 총리는 집권 초부터 고물가, 저성장 등으로 핵심 지지층인 중도좌파 유권자, 보수 유권자 모두로부터 큰 비판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 2월 미국 월가의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어울리며 국가 기밀까지 빼돌린 의혹을 받고 있는 노동당 동료 피터 맨덜슨을 주미 영국대사로 발탁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같은 해 9월 맨덜슨 전 대사가 사퇴했지만 인사 오판을 둘러싼 비난은 계속됐다.
노동당은 지난달 7일 지방선거에서 반(反)이민 등을 내세운 강경 보수 성향 영국개혁당에 대패했다. 이때부터 스타머 총리에 대한 사퇴 요구가 당 안팎에서 빗발쳤지만 그는 자신의 사퇴가 더 큰 혼란을 유발한다며 사퇴를 거부했다.
하지만 18일 버넘 의원이 하원에 입성하자 노동당 내 기류가 달라졌다. 원래 버넘 의원은 그레이터맨체스터 시장이어서 원내 인사만 출마할 수 있는 노동당 대표에 도전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날 맨체스터 메이커필드 선거구의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그가 당 대표 출마 의사를 밝히자 동료 의원들의 지지가 잇따랐다. 현재 버넘 의원을 지지하는 노동당 의원이 300명에 육박해 당 대표 경선 시 언제든 1위를 차지할 수 있는 상태다.
BBC는 스타머 총리가 당 대표 경선 기한으로 제시한 다음 달 16일 여름 휴회까지 버넘 의원이 단독 후보로 등록하면 경선 없이도 바로 차기 노동당 대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또한 버넘 의원이 빠르면 같은 달 17일에 새 총리가 될 수도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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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와도 내내 갈등
스타머 총리는 집권 내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다. 그는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이 덴마크령 그린란드 편입을 시도할 때 강하게 반대했고, 올 2월 28일 이란 전쟁 발발 뒤에는 영국군의 파견도 거부했다. 인도양 차고스 제도의 디에고가르시아 기지에서 미국이 이란 공격을 위한 전투기를 출격시키는 것 또한 당초 불허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반발이 이어지자 마지못해 허용했다. 발끈한 트럼프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를 거론하며 “스타머는 처칠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트루스소셜에 “스타머가 총리직에서 사임하게 될 것”이라며 “그(스타머 총리)는 이민과 에너지라는 매우 중요한 2개의 주제에서 크게 실패했다. 북해 유전을 열어라”라고 촉구했다. 화석연료를 중시하는 트럼프 행정부를 따라 영국이 북해 유전 등을 적극적으로 개발하지 않으면 고유가에 따른 민심 이반을 막지 못해 정권을 유지할 수 없다는 주장을 재차 펼친 것으로 보인다.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