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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화장장 10년새 4배로… “우리 동네엔 못지어” 갈등도 커져

입력 | 2026-06-22 04:30:00

2016년 20개서 올해 86개로 늘어
장례비 최대 300만원 수익성 높고 사람 화장장보다 진입장벽 낮아
울산-제주 등 주민 반발, 행정소송도… “공청회 의무화 등 공공이 조정 필요”




“평생을 일궈온 우리의 안식처, 동물 화장장이 웬말이냐.”

최근 울산 울주군 두동면에는 이런 현수막이 여러 개 내걸려 있다. 민간 업체가 마을 인근에 동물 화장장을 짓겠다고 하자 주민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선 것.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전국 동물 화장장 수가 사람 화장장 수를 넘어섰다. 반려동물 장례 수요가 늘고 사업 수익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자 민간 업체들이 잇따라 반려동물 화장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 하지만 반려동물 화장 시설이 들어서는 곳마다 주민 반대도 이어지면서 새로운 사회적 갈등이 불거지는 모양새다.

● 사람 화장장보다 많은 동물 화장장

2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동물 화장장을 운영하는 전국 동물장묘 허가 업체는 2016년 20곳에서 이달 기준 4배 이상인 86곳으로 늘었다. 보건복지부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에 등록된 전국 인체 화장시설 62곳보다 많다.

동물 화장장이 사람 화장장 수를 추월한 것은 2021년부터로, 반려동물 증가와 인식 변화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며 화장 등 사람과 같은 장례 절차를 밟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 농식품부의 ‘2025년 반려동물 양육현황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의 죽음을 경험한 가구 가운데 36.3%가 동물장묘 업체를 이용했다.

사업성이 높다는 점도 반려동물 화장 시설 증가 배경으로 꼽힌다. 농식품부가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kg 미만 반려견 기준 기본 화장 비용은 20만∼30만 원 수준이다. 여기에 유골함, 봉안, 추모 서비스 등까지 추가하면 비용은 300만 원에 육박한다.

반려동물 장례 시장이 커지면서 화장장 같은 관련 시설의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울주군 축수산과 반려동물팀 관계자는 “반려동물 장례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화장장 거래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사모펀드가 기존 동물 화장장 인수를 검토할 정도로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동물 화장장이 늘어난 것은 상대적으로 낮은 진입 장벽도 영향을 미쳤다. 사람 화장장은 화로 수가 시설당 6, 7기인 데 비해 동물 화장장 화로 수는 1∼3기로 규모가 작다. 또 사람 화장장은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장사시설 수급 계획, 도시 계획, 개발행위 허가, 환경성 검토 등을 거쳐야 한다. 반면 동물 화장장은 ‘동물보호법’에 따라 20채 이상 인가 밀집 지역과 학교 등으로부터 300m 이상 떨어져 있고, 시설 기준만 갖추면 지방자치단체 허가를 받아 문을 열 수 있다.

● 늘어난 시설만큼 커지는 갈등

동물 화장장을 지으려는 민간 업체가 늘면서 갈등도 늘고 있다. 울주군 두동면 천전리 마을의 경우 마을에서 직선거리로 약 600m 떨어진 곳에 민간 동물장묘 시설 건립이 추진되자 주민들이 반대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집단 반발에 나섰다. 15일 만난 주민들은 “세계유산 반구천 암각화 관문이자 울산 식수원인 사연댐 인근에 동물 화장장이 들어설 수는 없다”며 필요하면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 비슷한 갈등은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경남 진주시 집현면 봉강리에 민간 동물 화장시설 건축허가 신청이 접수되자 주민들은 반대 서명과 탄원서를 제출했다. 대구 달성군과 군위군에서도 동물 화장시설 건립을 둘러싼 행정소송이 이어졌고, 제주 제주시 아라동에서는 허가를 둘러싼 소송 끝에 법원이 사업자 측 손을 들어주면서 건축 허가가 이뤄졌다.

주민들은 악취와 환경 오염, 재산권 침해를 우려한다. 여기에 동물 화장장 자체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도 적지 않다. 울주군에 사는 김영민 씨는 “반려동물을 소중하게 보내려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마을 가까이에 화장시설이 들어오는 것은 주민 입장에선 걱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처럼 민간 업체가 개별적으로 입지를 찾고 주민, 지자체와 직접 상대하는 구조로는 소모적 분쟁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도수관 울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입지 기준과 주민 수용 절차를 법제화하고 주민설명회와 공청회를 의무화하는 등 공공이 조정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진주=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제주=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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