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다 다이치(왼쪽)가 21일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 튀니지전에서 일본 월드컵 역대 최단 기록인 경기 시작 3분 27초 만에 골을 넣은 뒤 ‘전화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소속팀 크리스털 팰리스(잉글랜드) 동료 에디 은케티아의 세리머니를 따라한 것으로 ‘골이 필요하면 연락 달라’는 의미다. AP 뉴시스
관중석은 푸른색 비닐 봉투를 머리 위로 흔들며 푸른 물결을 일으킨 일본 팬들로 가득했다. 안방 같은 분위기 속에서 경기를 치른 일본은 골 폭죽을 터뜨리며 역사적인 경기의 주인공이 됐다. 미국 폭스스포츠가 “이 경기를 본 팀이라면 일본과 맞붙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압도적인 경기력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8위 일본은 이날 튀니지(45위)에 4-0 완승을 거뒀다. 일본은 아시아 국가 최초로 월드컵 단일경기에서 4골을 터뜨린 국가가 됐다. 4-0 승리는 아시아 국가가 월드컵에서 작성한 최다점수 차 승리이기도 하다. 역대 월드컵에서 8번째 승리를 수확한 일본은 한국과 아시아 국가 월드컵 통산 승수에서도 공동 1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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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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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경기 시작 4분 만에 가마다 다이치(크리스털 팰리스)가 선제골을 낚았다. 일본 월드컵 역대 최단 기록 골이었다. 전반 31분에는 최전방 공격수 우에다 아야세(페예노르트)가 대포알 같은 오른발 중거리포로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에도 공세를 멈추지 않은 일본은 후반 24분 이토 준야(헹크), 후반 38분 우에다가 골을 추가하며 대승을 완성했다.
일본은 이번 대회 최종 엔트리 26명 중 23명을 유럽파로 구성했다. 하지만 대회를 앞두고 ‘돌격 대장’ 미토마 가오루(브라이턴)와 주장 엔도 와타루(리버풀) 등 핵심 선수들이 부상으로 낙마했다. 팀의 ‘엔진’ 역할을 하는 미드필더 구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마저 네덜란드전에서 무릎을 다쳐 튀니지전에 결장했다. 하지만 “우승이 목표”라는 출사표를 내세우고 대회에 나선 일본은 핵심 멤버들의 공백에도 선전을 이어갔다.
튀니지는 1차전에서 스웨덴에 1-5로 대패한 뒤 사령탑을 교체하며 분위기를 반전을 꾀했지만 일본의 ‘시스템 축구’에 무너졌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2018년부터 지휘봉을 잡고 있는 일본은 이날 공수에 걸쳐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 일본은 이날 55%의 볼 점유율을 유지하며 10개의 슈팅을 쐈다. 이 중 4개의 유효 슈팅이 모두 골로 연결됐다. 수비진은 튀니지에 단 하나의 유효 슈팅도 허용하지 않았다. 모리야스 감독은 “상대 팀의 전술에 얽매이지 않고 우리가 해야 할 것을 철저히 준비했다. 경기장에 많은 일본 팬들이 찾아와 주셨고, 경기 내내 우리에게 용기를 줬기에 선수들이 자신 있게 플레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예전부터 짜임새 있는 축구를 펼쳐 온 일본의 역대 월드컵 최고 성적은 16강이다. 4차례나 16강에 진출하고도 이후 번번이 고배를 마신 이유 중 하나는 최전방에서 득점을 마무리할 골게터의 부재였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은 다르다. 2025~2026시즌 네덜란드 에레디비시(1부 리그) 페예노르트에서 25골을 몰아치며 득점왕에 오른 우에다가 최전방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에다는 이날도 2골 1도움을 작성하며 물오른 득점력을 과시했다. 일본은 우에다가 득점한 A매치 12경기(11승 1무)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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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달루페=한종호 기자 hj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