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과 세입자가 조기 퇴거 조건과 위로금 지급 등을 협의하는 상황을 표현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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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계약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집주인으로부터 “1000만 원을 줄 테니 조금 일찍 집을 비워달라”는 제안을 받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전세 매물 부족과 실거주 목적 거래 증가 등이 맞물리면서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의 퇴거 협의가 늘고 있다. 실제 올해 1~4월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주택 분쟁은 61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직장인 A 씨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계약 기간이 남아 있었지만 집주인은 “실거주를 해야 하니 일찍 나가주면 위로금 100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A 씨는 솔깃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다. 돈을 받으면 계약갱신요구권을 포기한 것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닌지, 혹시 나중에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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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전문 엄정숙 변호사(법도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명칭이 ‘이사비’나 ‘위로금’인지보다 어떤 권리를 포기하는 대가로 지급되는 돈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이사비’와 ‘명도합의금’, 뭐가 다를까
흔히 말하는 ‘명도합의금’은 계약이 종료됐거나 명도소송 등 분쟁 상황에서 집을 비워주는 대가로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계약 기간이 남은 상태에서 집주인이 조기 퇴거를 요청하며 지급하는 돈은 계약 중도 해지에 대한 보상 성격이 강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금액이나 명칭이 아니다. ‘이사비’, ‘위로금’, ‘합의금’이라는 이름을 붙였더라도 실제로는 어떤 권리를 포기하거나 행사하지 않는 조건으로 지급되는지에 따라 법적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기사에 등장한 ‘1000만 원’은 하나의 사례일 뿐 법으로 정해진 기준 금액은 아니다. 실제 위로금이나 이사비는 계약의 남은 기간과 시장 상황, 당사자 간 협상 결과 등에 따라 액수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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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가 위로금을 받았다고 해서 계약갱신요구권을 자동으로 포기한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권리 포기는 명확한 의사표시가 있어야 인정되기 때문이다.
다만 위로금을 받고 합의에 따라 실제로 퇴거한 정황이 있다면, 이후 세입자가 계약갱신요구권을 다시 주장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수 있다.
엄 변호사는 “별도 합의서 없이 단지 돈만 받았다고 해서 자동으로 계약갱신요구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분쟁을 막으려면 ‘위로금을 지급받는 대신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년 ○월 ○일까지 명도한다’는 내용을 합의서에 명확히 적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가장 많이 싸우는 건 ‘돈 먼저냐, 이사 먼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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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은 “집을 먼저 비워주면 돈을 주겠다”고 하고, 세입자는 “돈을 받아야 이사를 갈 수 있다”고 맞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구두로 “1000만 원을 주겠다”고 약속했다가 나중에 금액을 줄이거나 지급을 거부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엄 변호사는 “구두 약속도 법적으로 유효할 수 있지만, 분쟁이 생기면 입증이 쉽지 않다”며 “지급 금액과 지급 시기, 지급 방법, 퇴거 날짜 등을 문자나 카카오톡, 합의서 등으로 남겨두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언제 어떤 조건이 충족되면 돈을 지급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정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퇴거와 위로금 지급을 동시에 이행한다’는 내용을 명확히 적어두면 “먼저 나가라”, “먼저 돈을 달라”는 갈등을 줄일 수 있다.
● 약속을 어기면 어떻게 될까
집주인이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하고도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세입자는 약정금 청구나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할 수 있다.
반대로 세입자가 돈을 받고도 약속한 날짜에 퇴거하지 않으면 집주인이 명도소송을 제기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관리비 정산이나 보증금 반환 시기, 원상복구 범위 등을 미리 정하지 않아 퇴거 직전에 추가 분쟁이 발생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엄 변호사는 “위로금 지급 약속을 어긴 경우에는 약정금 청구나 손해배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세입자가 합의한 날짜까지 퇴거하지 않으면 명도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사전에 조건을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 합의서에 반드시 넣어야 할 내용
전문가들은 퇴거 합의서를 작성할 때 분쟁을 줄이기 위해 다음 사항을 명확히 적어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첫째, 위로금 또는 합의금 액수다. 둘째, 지급일과 지급 방법이다. 셋째, 명도(퇴거) 날짜다. 넷째, 지급과 명도의 선후 관계다. 돈을 먼저 줄지, 집을 먼저 비울지, 동시에 이행할지를 정해야 한다. 다섯째, 계약갱신요구권 등 권리 불행사 여부와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때의 책임이다.
여기에 보증금 반환 시기와 관리비 정산 방식까지 함께 정리해 두면 퇴거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분쟁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 팩트필터|집주인이 “돈 줄 테니 나가달라”고 한다면
· 이사비·위로금을 받는 것 자체는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
· 돈만 받았다고 계약갱신요구권이 자동으로 포기되는 것은 아니다.
· 다만 합의에 따라 퇴거한 정황이 있으면 이후 권리 주장이 어려워질 수 있다.
· 지급 금액과 지급 시기, 퇴거 날짜 등은 문자나 합의서 등 객관적인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다.
· 위로금 액수에는 법으로 정해진 기준이 없으며 당사자 협의에 따라 달라진다.
·보증금 반환 시기와 관리비 정산 방식, 미이행 시 책임까지 함께 명시하면 불필요한 분쟁을 줄일 수 있다.
· 이사비·위로금을 받는 것 자체는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
· 돈만 받았다고 계약갱신요구권이 자동으로 포기되는 것은 아니다.
· 다만 합의에 따라 퇴거한 정황이 있으면 이후 권리 주장이 어려워질 수 있다.
· 지급 금액과 지급 시기, 퇴거 날짜 등은 문자나 합의서 등 객관적인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다.
· 위로금 액수에는 법으로 정해진 기준이 없으며 당사자 협의에 따라 달라진다.
·보증금 반환 시기와 관리비 정산 방식, 미이행 시 책임까지 함께 명시하면 불필요한 분쟁을 줄일 수 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