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인 스포츠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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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없던 취미가 하나 생겼다. 다른 언론사 기자에게 ‘팬레터’를 보내는 일이다. 옛날 e메일을 정리하다가 “아침에 출근했더니 우리 사회부장 두 눈이 벌겋더라고요.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황 기자 기사를 내밀었어요. 덕분에 나도 눈물 찔끔했습니다”라고 경쟁지 문화부 데스크가 보낸 편지를 발견한 게 계기였다. 10년도 훌쩍 지난 메일을 지우지 않고 있을 정도로 경쟁지 기자에게 응원을 받은 건 퍽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그래서 다른 회사 기자들도 그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그러다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기간에는 미국 기자에게도 팬레터를 썼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 MLB.com에서 ‘데이터 저널리즘’을 책임지고 있는 세라 랭스 기자(33)였다. 랭스 기자는 이 대회 기간 매일 경기 기록을 정리해 전 세계 취재진에 뉴스레터 형태로 보냈다. 이 뉴스레터 발신자가 랭스 기자라는 걸 확인한 뒤 ‘언제 또 내 메일함에 그대 이름이 뜰지 기다려진다’며 연애편지급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사실 랭스 기자에게 답장이 오리라고 살짝 기대했다. 그러다 한국이 WBC 2라운드 첫 경기(8강)를 치른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 기자실에서 랭스 기자를 직접 만난 뒤 그게 얼마나 큰 욕심인지 깨달았다. 랭스 기자의 건강이 생각보다 더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랭스 기자는 휠체어에 앉아 안구 인식 프로그램으로 휴대전화를 조작했다. 그러면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남자친구)이 이를 타이핑하는 방식으로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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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농구 선수였던 박승일(1971∼2024)이 가장 유명한 ALS 환자였다. 미국 연수 중 ALS 진단을 받은 박승일은 ‘국내 최초 ALS 전문 병원을 짓겠다’는 목표로 자선 활동에 열심인 가수 션 씨(54)와 함께 비영리재단법인 ‘승일희망재단’을 만들었다. 그러나 끝내 병원이 문 여는 걸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국내에 한 곳뿐인 ‘승일희망요양병원’이 경기 용인시에 문을 연 건 그가 세상을 떠난 이듬해였다. 승일희망재단은 날짜별 수입·지출 내역을 1원 단위까지 100%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만큼 재단을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이다.
절기상 하지(夏至)인 21일은 ‘세계 ALS의 날’이다. 1년 중 낮이 가장 긴 이날처럼 희망을 잃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아 이날을 선택했다. 누군가를 응원하고 싶다면 이날 하루만큼은 ALS 환자를 떠올리는 것도 좋지 않을까.
황규인 스포츠부 차장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