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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삶의 필수조건, ‘학교다운 학교’에서의 배움[고영건의 행복 견문록]

입력 | 2026-06-17 23:00:00


고영건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논어에서 공자는 한 사회가 올바르게 운영되는 모습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 이러한 관점을 현재 한국 사회에 적용할 경우, 아마도 제 역할을 온전하게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관 중 하나가 바로 학교일 것이다.

흔히 한 사회의 문제는 뉴스나 사회 통계보다도 드라마나 영화에 그 실상이 더 정확하게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와 ‘참교육’은 한국 학교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날카롭게 보여준다. ‘더 글로리’는 학교가 학생을 보호하지 못하는 참상을 고발하고, ‘참교육’은 학교가 학생을 지도하지 못하는 실상을 뼈아프게 짚어낸다. 그 둘의 공통 메시지는 한마디로 학교가 학교로서 기능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교육철학자 존 듀이에 따르면, “교육은 단순히 미래의 삶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삶 그 자체다”. 이런 점에서 학교 교육이 흔들리는 사회가 행복을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최근 이재명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한 언론사와 공공정책평가 전문기관이 공동으로 진행한 국정과제 달성도 관련 조사에 따르면, 국정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가 내세운 23대 추진전략 가운데 ‘각자의 가능성을 키우는 교육’ 부문은 추진전략의 중요도와 실제 달성도 간 격차가 상위 5위로 컸다. 격차가 클수록 응답자의 기대 수준에 비해 성과 체감도가 낮다는 것을 뜻한다. 이 결과가 지난 1년간의 성과만을 평가한 것일지라도, 교육정책의 방향성뿐만 아니라 그 실행 과정과 현장 적용의 실효성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교육계에 전설처럼 회자되는 말이 있다. “교육 시스템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 이 말은 2007년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의 보고서에 담긴 것을 계기로 전 세계로 퍼져 나갔지만, 실제론 한국 교육공무원의 표현을 인용한 것이었다. 현재 한국의 학교에서 교사가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교권에 관한 제도적 개선이 필수적이다.

미국에서는 ‘낙오학생방지법’의 일환으로 2001년 ‘교사보호법’이 제정됐다. 이 법은 교사가 학교 질서 유지와 학생 지도를 위해 합리적으로 행동한 경우 민사소송 책임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미국의 교사보호법이 단순히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 아니라, 미국 사회의 교육적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적극적인 목적에서 제정됐다는 것이다. 향후 한국에서도 교권 관련 제도 개선은 교육정책의 장기적 비전과 방향성에 부합하는 형태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좋은 교사가 학생들의 미래 삶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연구는 매우 많다. 그 대표적인 예로는 하버드대 라지 체티 공공경제학 교수와 동료들의 연구를 들 수 있다. 이들이 100만 명이 넘는 아동을 추적 조사한 결과, 교육적 역량이 뛰어난 교사에게 배운 학생들이 청소년기에 문제 행동을 더 적게 보였고 이후 더 높은 대학 진학률과 소득 수준을 나타냈다.

학생들의 행복한 삶을 위한 필수조건은 바로 ‘학교다운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마땅히 교사는 교사다워야 하고 학생은 학생다워야 하며 학부모는 학부모다워야 한다.



고영건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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