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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프지 않게 살 빼는 식사법…한 숟갈 먹고 숟가락 내려놔라[바디플랜]

입력 | 2026-06-17 09:27:0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체중 감량은 힘든 일이다.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핵심인데, 칼로리를 제한하면 배고픔을 쉽게 느끼기 때문이다.

덜 먹되 허기를 크게 유발하지 않는 방법이 있다.

천천히 먹기다.

2024년 국제 학술지 ‘영국 영양학 저널(British Journal of Nutrition)’에 실린 네덜란드 바헤닝언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식사 속도를 평균 20% 늦추면 음식 섭취량은 약 11% 감소했다. 다른 연구들에서도 식사 속도를 늦출 경우 섭취 열량이 11~15% 줄어드는 것으로 보고됐다.

반대로 빨리 먹는 사람은 천천히 먹는 사람보다 비만, 고혈압, 제2형 당뇨병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왜 천천히 먹으면 덜 먹게 될까?
포만감은 음식이 장에 도착했을 때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음식을 씹고 삼키는 과정에서도 뇌와 소화기관에는 포만감과 관련된 신호가 전달되기 시작한다.

음식을 씹고 삼키기 시작하면 위가 서서히 팽창하고, 음식물이 소화기관을 통과하면서 장에서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같은 포만감 관련 호르몬 분비가 증가한다.

하지만 이런 신호는 즉각 작동하지 않는다. 약간의 시차가 있다. 이 때문에 너무 빨리 먹으면 실제 섭취량이 포만감 신호보다 앞서 나가게 된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윤지현 교수는 동아닷컴에 “일반적으로 위와 장에서 발생한 포만감 신호가 뇌에 충분히 전달되기까지 약 15~20분이 걸린다”며 “따라서 이보다 빠르게 식사를 마치면 포만감을 느끼기 전에 필요 이상으로 먹어 과식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천천히 먹으면 몸이 보내는 자연스러운 포만감 신호가 제때 작동할 시간을 벌 수 있다.

챗GPT 생성 이미지.


충분히 씹으면 GLP-1 분비도 증가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GLP-1이다.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음식을 먹었을 때 장에서 분비돼 포만감을 높이는 호르몬인 GLP-1의 작용을 모방한 약물이다.

일본 와세다대학교 연구진이 2024년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잘게 썬 양배추를 충분히 씹어 먹었을 때, 재료를 갈아 걸쭉하게 만든 퓌레 형태로 삼켰을 때보다 GLP-1 분비가 더 많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같은 양의 음식을 먹더라도 충분히 씹는 과정이 포만감과 혈당 조절에 관여하는 호르몬 반응에 일부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혈당, 안정적 유지에도  도움
천천히 먹으면 포만감만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2021년 싱가포르 연구진이 ‘유럽영양학저널(European Journal of Nutrition)’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천천히 먹으면서 충분히 씹는 사람들이 더 큰 포만감을 느낄 뿐 아니라 식후 혈당 상승이 보다 완만하게 나타나고, 이에 맞춰 인슐린 반응의 타이밍이 조절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 몸이 음식 속 포도당을 세포로 더 효과적으로 이동시키는 반응으로 해석될 수 있다. 연구진은 식후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식사 속도를 늦추는 방법은?
천천히 오래 씹어먹는 습관은 생각처럼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윤 교수는 “밥을 한 숟가락 입에 넣은 뒤 씹고 삼킬 때까지 숟가락을 식탁에 내려놓는 방법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음식 중간중간에 소량의 물을 마시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식사 중 물을 마시면 위 내용물의 부피가 늘어나 포만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며 “또 식사 속도가 느려지고 식사 시간이 길어지면서 포만감 신호가 충분히 전달될 시간을 확보하게 돼 결과적으로 섭취 열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물을 마시면 소화에 방해가 된다는 속설에 대해서는 “식사 중 마시는 한두 컵의 물로 인해 소화효소의 기능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음식의 맛, 향, 질감 등에 집중하며 천천히 먹는 식사 습관이 과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무엇보다 주의를 분산시키는 요소를 줄이는 것이 권장된다.

윤 교수는 특히 “스마트폰 화면을 보면서 식사를 하면 음식을 더 빨리 먹고 과식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미 충분히 먹어 배가 부른 상태인데도 화면에 집중하느라 몸이 보내는 포만감 신호를 놓쳐 필요 이상으로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식사하는 습관은 과식을 부를 위험이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식사 속도를 늦추기 위한 도구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젓가락을 사용할 경우 한 번에 입에 들어가는 음식의 양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씹는 횟수가 늘고 식사 속도가 느려지는 경향이 관찰됐다. 젓가락이 익숙한 한국인의 경우 음식을 한 번에 많이 집지 않는 습관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음식을 충분히 씹고 삼키는 데 시간을 들일 것을 권장한다. 흔히 한 입당 20~30번 정도 씹는 습관이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음식의 질감도 영향을 미친다.

연구에 따르면 딱딱하거나 식이섬유가 풍부해 오래 씹어야 하는 음식은 자연스럽게 식사 속도를 늦춰 과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구운 닭가슴살, 통곡물빵, 생채소, 견과류처럼 자연스럽게 여러 번 씹어야 하는 음식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다이어트의 핵심은 무조건 적게 먹는 것이 아니라 몸이 보내는 포만감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이라며 “식사 속도를 늦추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섭취 열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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