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은미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처음 만나는 양자의 세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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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공지능(AI)은 우리 사회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학생들은 AI로 공부하고, 직장인들은 업무를 자동화하며, 기업들은 AI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AI는 더 이상 일부 전문가만의 기술이 아니다. 그렇다면 AI 다음의 기술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이 주목하는 후보 중 하나는 양자기술이다.
양자기술이란 전자, 원자 같은 미시세계에서 잘 관측되는 양자역학의 원리를 이용해 현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기술이다. 20세기 양자역학은 반도체, 레이저 같은 혁신적인 장비와 기술을 탄생시켜 현대 사회의 기반을 마련했다. 그리고 21세기의 양자기술은 양자역학을 활용해 새로운 ‘기능’을 구현하고자 한다. 계산을 하고, 정보를 전달하고, 세상을 측정하는 방식 자체를 양자역학적으로 구현하는 양자컴퓨터, 양자통신, 양자센서가 대표적인 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것은 양자컴퓨터다. 현재의 컴퓨터는 수많은 계산을 병렬적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가능한 해를 하나씩 탐색하는 방식에 기반한다. 반면 양자컴퓨터는 중첩과 얽힘이라는 독특한 현상을 이용해 여러 가능성을 동시에 탐색할 수 있다. 물론 양자컴퓨터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기계는 아니지만, 특정 문제에서는 기존 컴퓨터를 압도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신약 개발, 신소재 탐색, 물류 최적화, 금융 모델링, 암호 해독 등의 분야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AI가 양자컴퓨터와 결합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정보 처리 능력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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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에서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과연 일반 시민도 양자를 이해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는 컴퓨터의 내부 원리를 몰라도 컴퓨터를 잘 사용한다. 그렇다면 양자도 전문가들만 연구하면 되는 것 아닐까? 그러나 AI의 사례는 다른 교훈을 준다. AI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새로운 서비스와 산업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기술의 영향과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성숙해졌다. 기술은 연구실에서만 성장하지 않는다.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사용자와 사회가 함께 성장시킨다.
양자기술도 마찬가지다. 양자를 이해하는 국민과 기업이 많아질수록 새로운 아이디어와 응용 분야가 등장한다. 또한 기술 발전에 필요한 정책과 투자에 대해서도 활발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다. 한국의 과제도 여기에 있다. 양자기술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만큼 연구개발(R&D) 투자뿐 아니라 인재 양성, 교육, 산업 생태계 구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결국 기술 경쟁력의 근본은 장비나 시설이 아니라 사람이다. 기술을 만드는 것도 사람이고, 사용하는 것도 사람이며,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것도 사람이다.
양자기술은 아직 낯설고 어렵게 느껴진다. 그러나 AI 역시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전문가들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우리 사회가 양자를 더 많이 이야기하고, 더 쉽게 배우고,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할 때 한국의 양자기술 경쟁력도 한 단계 성장할 것이다.
채은미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처음 만나는 양자의 세계’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