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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에는 완벽한 방법이 없어요”…호러 장편소설 낸 윤지현

입력 | 2026-06-16 16:13:00


윤지현 작가는 “미국 소설은 감정에 거리를 두는 반면, 한국 문학이나 미디어는 다소 오글거리는 감정마저 피하지 않는다”며 “그런 점이 (미국에서도) 신선하게 받아들여진다”고 했다. 휴머니스트 제공

“애도에는 완벽한 방법이 없어요. 애도는 비선형적이고 지저분할 수도 있죠.”

한국계 미국인 윤지현 작가(34)가 16일 서울 마포구 휴머니스트 사옥에서 꺼낸 말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 즉시 11개국에 선판매된 호러 장편소설 ‘그리고 강은 그녀를 끌어내린다’의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마련된 기자간담회 자리였지만, 이날 윤 작가가 가장 오래 이야기한 것은 호러도, 귀신도 아닌 ‘애도’였다.

소설은 익사한 언니를 되살리려는 재미교포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소녀는 모계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마법으로 언니를 부활시키지만, 그 대가로 평화롭던 캘리포니아의 해안 도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귀신의 위협에 휩싸인다. 장화홍련 설화와 물귀신 모티프를 현대적으로 변주한 ‘K-호러’ 소설로 소개되지만, 윤 작가는 작품의 출발점이 공포가 아니었다고 했다. “초고는 상실을 겪고 있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였다”는 것.

윤 작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당시 가족 중 한 명이 암 진단을 받고 세상을 떠났다. 창작은 그 감정을 감당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한다. 상실을 이해하고 애도의 과정을 들여다보기 위해 작품은 시작됐다.

호러라는 장르를 만나며 고민은 더욱 선명해졌다. 윤 작가는 “사랑했던 사람이 더 이상 알아볼 수 없는 얼굴이 되거나 괴물 같은 모습으로 변했을 때 느끼는 공포가 있다”며 “그 변화와 상실에 책임져야 하는 상황 자체가 고딕(Gothic·괴기스럽거나 공포스러운 중세적 분위기)적인 공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여 년 전 본 김지운 감독의 영화 ‘장화, 홍련’도 오랫동안 그의 상상력에 영향을 미쳤다. 그는 “공포영화를 잘 못 보는 편인데도 ‘장화, 홍련’은 끝까지 봤다. 너무 아름답고 뛰어난 영화였다”고 회고했다. 다만 원작의 설화를 그대로 답습하지는 않았다. 원작 속 장화와 홍련은 죽은 뒤 귀신이 되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원한을 푼다. 반면 소설 속 자매는 직접 행동한다. 동생은 살아남고, 언니는 귀신이 아니라 실제의 육체를 가진 존재로 돌아온다. 윤 작가는 “원작보다 두 인물에게 훨씬 강한 주체성을 부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윤 작가는 한국 문화가 죽음을 삶 가까이에 두는 것에도 주목했다. “미국에서는 애도를 일정 기간의 과정으로 여기고 이후에는 일상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은 제사를 지내면서 죽은 사람과 함께 밥을 먹고 기억하며 살아간다”는 것. 그는 “그런 태도가 오히려 위안을 준다”고 덧붙였다.

“치유란 상실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현실 속에서 다시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게 아닐까요.”(윤 작가)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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