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로드중
● 꺼내 보기
‘신기록 무색하게… 기대 못 미친 흥행 성적’, ‘대대적 홍보 무색한 텅 빈 객석’.
이처럼 스포츠나 예술 분야의 기사를 읽다 보면 ‘무색하다’라는 표현을 자주 마주하게 됩니다. 무색이라는 글자만 보면 ‘색이 없다’는 뜻일 것 같은데, 실제 문장 속에서는 그런 의미로 와닿지가 않지요. 오늘은 이 ‘무색(無色)하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한자를 살펴볼까요. 무(無)는 ‘없다’는 뜻입니다. 색(色)은 ‘빛깔, 색깔’을 뜻하는데요. 한자 뜻 그대로 풀이하면 ‘색이 없다’는 뜻이 맞습니다. 처음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신문 기사 제목에 쓰인 ‘무색하다’를 다시 봐도 색깔과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데요. 바로 이 지점이 중요합니다. ‘무색하다’에는 또 하나의 뜻이 있었던 것이죠. 사전에서는 ‘겸연쩍고 부끄럽다’, ‘본래의 특색을 드러내지 못하고 보잘것없다’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여기서의 ‘색’은 단순한 빛깔이 아니라 어떤 대상이 지닌 고유한 특색이나 면모를 뜻하는 것임을 알 수 있죠. 즉 빛깔이 바래듯 본래의 가치나 의미가 흐릿해져 버린 상태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신기록이 무색하다는 것은 신기록이라는 대단한 성과가 그 빛을 잃을 만큼 결과가 초라했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죠.
광고 로드중
살다 보면 본인의 최선이나 노력이 무색해지는 순간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열심히 준비한 발표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할 때, 시험 점수가 기대에 못 미칠 때, 우리는 그 노력이 무색해졌다고 느끼게 되는데요. 하지만 기억하세요. 결과가 잠시 무색하게 보일 수는 있어도, 그 과정에 들인 노력의 빛깔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당장은 보잘것없어 보여도 차곡차곡 쌓인 노력의 빛깔들은 언젠가 여러분만의 특색을 드러내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진짜 무색한 것은 시도조차 하지 않아 아무런 빛깔도 남기지 못한 시간일 것입니다.
김환 백영고 교사(유튜브 ‘오분 만에 마스터하는 국어’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