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한달새 9.3조 늘자 비상체계 은행권 마통한도 최대 20% 낮추고, 고연봉자 신용대출 1억으로 묶어 한은총재 “금리인상 필요” 긴축 예고
시중은행들이 신용대출 한도를 대폭 축소하고 우대금리를 낮추면서 본격적인 대출 조이기에 돌입했다. 주식시장 ‘빚투’(빚내서 투자)에 많이 쓰인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큰 폭으로 늘면서 금융 당국이 비상 관리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밝히자, 금융권이 즉각 대출 축소에 나서는 모양새다. 당국은 은행들의 대책이 효과가 나지 않으면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신용대출도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은행들이 대출을 줄이면 가계부채 부실 위험이 낮아지고 무리한 빚투를 줄여 증시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다. 하지만 전월세 보증금, 생계비 등 급한 돈이 필요한 서민과 실수요자의 대출길이 막히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하나은행은 12일부터 고액 연봉자 대상 신규 신용대출 한도를 기존 3억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낮췄다. KB국민은행도 16일부터 신규 고객의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각각 1억 원, 5000만 원으로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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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금융위원회가 11일 ‘가계부채 비상 관리 체계’를 가동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부채 증가액은 9조3000억 원으로 2024년 8월(9조7000억 원)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특히 개인투자자의 빚투 확대로 일반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대출이 많이 증가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신용거래융자도 11일 36조6565억 원으로, 1년 전(18조7242억 원)의 약 2배로 늘었다.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증가를 우려하며 기준금리 인상을 재차 예고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과도한 레버리지(차입) 투자는 가격 조정 시 개인 손익에 큰 영향을 주고 시장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며 “물가 안정에 중심을 두고 늦지 않게 금리를 인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7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고 인상 횟수가 늘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주담대 이어 신용대출 ‘쌍끌이 빚’ 비상… 당국 “대출관리 매주 점검”
정부, 전방위 ‘빚투 옥죄기’ 시동
5대銀 마통 이달에만 1.3조 증가 속 반대매매 사흘 연속 1000억대 달해
당국 “필요땐 신용대출 일률 규제”
“서민 자금조달 길 막힐라” 우려도
5대銀 마통 이달에만 1.3조 증가 속 반대매매 사흘 연속 1000억대 달해
당국 “필요땐 신용대출 일률 규제”
“서민 자금조달 길 막힐라”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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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에 따르면 11일 현재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전월 말 대비 1조3687억 원 늘었다. 이달 말이 되면 지난달 증가분을 훌쩍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국은 빚투 통제 고삐를 조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빚투 수요자들의 신용대출이 빠르게 늘면서 증시 변동에 따라 손실이 커져 상환 불능에 빠지는 개인투자자가 늘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최근 주가 급등락이 반복되고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많아지면서 위험성이 고조되고 있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들이 위탁매매 미수금보다 주가가 하락해 강제 처분된 반대매매 금액은 5∼9일 3거래일 연속 1000억 원대였다. 반대매매가 사흘 연속 1000억 원을 웃돈 것은 2023년 10월 이후 2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여기에 서울 아파트 가격이 70주 연속 상승하고 그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여전해 가계부채 증가 위험이 커지고 있다.
금융 당국은 신용대출은 물론이고 전세대출 규제도 강화한다. 이르면 8월 수도권·규제 지역 아파트를 가진 비거주 1주택자는 신규로 전세대출도 받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전세대출을 집값 상승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금융 당국은 전세대출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 과도한 빚 위험 덜지만 대출길 막히는 부작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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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정부도 과도한 빚투 문제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가 지난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출시를 허용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증시 과열 대책이 필요한 시기에 역으로 변동성이 큰 파생상품 투자 상품을 내놓으며 위험 투자를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중동은 종전 분위기로 흘러가고, 반도체 전망은 밝아지면서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아 빚투 수요 자체는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고금리기에 이자 부담이 늘어 연체율이 높아지면 금융권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입자들은 늘어난 보증금을 은행에서 빌리지 못해 2금융권으로 가고, 증시 투자 수요자들도 은행에서 투자금을 못 구하니 신용융자거래로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