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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외계인이 존재한다면… “우린 진실을 감당할 수 있을까”

입력 | 2026-06-11 04:30:00

스필버그 SF 신작 ‘디스클로저 데이’
‘미지와의 조우’-‘E.T.’ 외계 3부작 완결
외계 생명체 기밀 폭로-은폐 두고 추격전
‘로즈웰 사건’ 등 현실 속 음모론 오마주
진실 마주한 인간의 복합적 모습 담아내




1977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사진)의 영화 ‘미지와의 조우’는 새로운 공상과학(SF) 영화의 세계관을 열어준 작품이다. 다른 영화들이 외계 생명체를 침략자로 못 박을 때, 스필버그 감독은 그들을 교감의 대상으로 바라봤다. 이러한 그의 시선은 ‘E.T.’(1982년)로까지 이어졌다.

외계 생명체를 향한 인간의 막연한 불안과 동경을 품어온 스필버그 감독이 이번에는 한층 본질적인 물음을 던졌다. ‘정말 외계인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 진실을 감당할 수 있을까.’ 그의 신작 ‘디스클로저 데이(Disclosure Day)’가 10일 국내 개봉했다.

● 외계 생명체 기밀을 둘러싼 추격전

영화는 외계인이 존재한다는 스필버그 감독의 믿음을 다큐멘터리적 시선으로 접근한 작품이다. 배경은 아직 인류가 외계인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근미래. 스필버그 감독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쥬라기 공원’(1993년), ‘우주전쟁’(2005년) 등을 함께 작업한 데이비드 켑이 각본을 완성했다.

10일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공상과학(SF) 영화 ‘디스클로저 데이’는 외계 생명체 관련 정보를 정부가 의도적으로 숨겨 왔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한다. “진실을 은폐하면 안 된다”는 입장인 대니얼 켈너(조시 오코너·왼쪽)와 마거릿(에밀리 블런트·가운데), 그리고 “혼돈을 막아야 한다”는 노아(콜린 퍼스)가 대척점에 서 있다. 유니버설픽처스 제공

‘폭로의 날’이란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영화는 외계 생명체를 둘러싼 기밀을 세상에 알리려는 인물과 숨기려는 인물 간의 갈등을 주축으로 한다. 숨기려는 자는 정부 비밀 자료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조직 ‘워덱스’의 수장 노아(콜린 퍼스). 그가 쫓는 자는 8년간 기밀 자료를 관리하던 사이버 보안 전문가인 대니얼 켈너(조시 오코너)다. 켈너는 “정보는 햇빛이나 공기처럼 모두의 것”이란 신념을 갖고 데이터를 훔쳐 달아난다.

켈너의 도주극을 따라가던 영화는 돌연 한 여성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미 캔자스시티의 한 방송사에서 기상 캐스터로 일하는 마거릿(에밀리 블런트)이다. 어느 날 집 안으로 날아온 빨간 새와 마주친 마거릿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 갑자기 한국어와 러시아어를 구사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언어에 능통해진 데다 마주치는 모든 이들의 내면을 꿰뚫어 볼 수 있게 된다. 기이한 초능력을 갖게 된 마거릿 또한 ‘워덱스’의 검거 대상에 오른다.

영화는 서로 다른 공간에서 쫓기는 켈너와 마거릿의 추격전을 정교하게 교차시키며 극을 전개한다. 흥미로운 건 현실에서 대두됐던 여러 외계인 음모론이 오마주된다는 점이다. 1947년 미 뉴멕시코주에 미확인 비행 물체가 추락했다는 주장을 남긴 ‘로즈웰 사건’과 곡물 밭에 생기는 대규모 문양인 ‘크롭 서클 현상’ 등이 영화적으로 연출되며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흐린다.

● 스필버그 “나의 SF 여정 총정리”

다만 ‘디스클로저 데이’는 외계 생명체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자극하는 영화는 아니다. 영화는 켈너와 마거릿이 폭로하려는 내용을 뒤로 미룬 채 상당 부분을 추격전에 집중한다. 관객이 외계 생명체와 마주하기까지 약 두 시간이 걸리는데, 그 긴 여정에 비해 외계 생명체의 존재감도 크지 않다. 폭로자와 은폐자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영화이기에 ‘미지와의 조우’나 ‘E.T.’에서 느꼈던 환상성이나 경외감이 비집고 들어설 자리가 없다.

오히려 영화가 집중하는 대목은 ‘인간의 감정’이다. 작품 말미 외계 생명체에 대한 진실이 폭로되자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고, 누군가는 충격에 빠진다. 영화는 인간들의 감정을 명확히 설명하는 대신 진실을 마주한 인간이 보일 수 있는 복합적인 모습을 오래 비춘다. 작품 속 세계는 북한을 둘러싼 갈등으로 제3차 세계대전이 임박한 상황. 지구 밖에도 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사실은 누군가에겐 반목과 적의를 부질없게 만든다.

‘디스클로저 데이’는 스필버그 감독이 스스로 인정한 ‘외계인 3부작’의 완성편이다. 그는 최근 현지 인터뷰에서 “단순한 SF 영화가 아니라, ‘미지와의 조우’와 ‘E.T.’를 포함한 이 장르의 영화감독으로서 저 자신의 여정을 총정리하는 의미에서 ‘디스클로저 데이’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이 주제를 매우 진지하게 다룬 이유는 그것이 허구보다 사실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란 말도 덧붙였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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