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 ‘디지털 트윈’ 로봇 학습장 활용 가능성 K-게임, 차세대 칩 ‘베라 루빈’ 시험대로 이후 잠실 마운드 첫 시구… 등번호 ‘93번’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인근에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왼쪽)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피시방 회동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두 사람은 이날 인근 피시방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K-게임과의 ‘피지컬 AI’ 협력 등 밀착 행보를 이어갔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7일 오후 1시 20분경 서울 강남구 신논현역 인근의 한 골목길.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도착하고 3분 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특유의 검은색 가죽 재킷 차림으로 나타나자, 골목을 메운 인파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예상 밖 환대에 황 CEO가 눈을 크게 뜨며 놀라자, 곁에 있던 크래프톤 직원들은 “한국에서 정말 유명하다”며 웃었다. 그가 ‘배틀그라운드’ 인플루언서 행사가 열리는 지하 PC방(피시방)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실내는 “젠슨 황”을 연호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첫 행사를 마친 황 CEO의 다음 목적지는 인근에 있는 또 다른 PC방이었다. 그곳에서 김택진 엔씨(NC) 대표를 만난 그는 신작 ‘아이온2’ 라이브 방송에 깜짝 출연해 국내 게임 팬들과 직접 소통했다. 김 대표는 이후 지하주차장에서 케이타 이다 엔비디아 지포스 담당 부사장(VP)과 짧게 이야기를 나눴다.
● 국내 게임업계와 ‘피지컬 AI’ 협업 위한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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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두 회사를 잇달아 찾은 것을 두고 국내 게임업계와 ‘피지컬 AI’ 협업을 위한 포석이란 해석이 나온다. 게임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수십 년간 고도의 물리 엔진으로 3차원 가상공간을 정교하게 빚어 온 ‘디지털 트윈’ 기술의 집약체다. 국내 게임사들은 가상공간에서 바람의 저항, 물체의 충돌, 중력 같은 현실의 물리 법칙을 실제처럼 구현하는 데 탁월하다. 로봇이 현실에서 겪을 수많은 시행착오를 이런 가상 환경에서 미리 학습시키는 것이 피지컬 AI다. 디지털 트윈 기술을 앞세운 한국 게임사가 차세대 로봇 훈련의 최적 파트너로 떠오른 이유다.
크래프톤은 이를 증명하듯 올해 초 미국에 피지컬 AI 법인 ‘루도 로보틱스’를 세우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합작법인(JV)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강욱 크래프톤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 주도로 1000억 원을 들여 엔비디아 B300 기반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러스터도 구축한다. 자회사 NC AI를 앞세운 엔씨 역시 현대로템과 국방 연구개발(R&D)에 나서고, 포스코DX와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을 공동 개발하며 생태계 영토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 차세대 칩 ‘베라 루빈’ 토크노믹스 검증도
크래프톤 행사에 이어 인근 피시방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왼쪽 두번째)와 만나 신작 ‘아이온2’ 라이브 방송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황 CEO가 게임 업계에 잇따라 손을 내미는 것은 최신 AI 가속기 ‘베라 루빈’의 양산 시점과도 맞물려 있다. 올 하반기 양산을 앞둔 베라 루빈은 직전 모델인 블랙웰보다 전력 효율을 최대 10배 높이고 토큰당 연산 비용은 대폭 낮췄다. 사람의 개입 없이 스스로 판단해 일을 처리하는 ‘에이전틱 AI’ 시대에는 연산을 토큰 단위로 쪼개 값을 매기는 만큼, 칩의 연산 비용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AI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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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업계와의 일정을 마친 황 CEO는 이날 오후 5시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키움 히어로즈전 마운드에 오른다. 엔비디아 창립 연도를 뜻하는 등번호 ‘93번’을 달고 시구에 나서며,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두산 창립 연도를 상징하는 ‘96번’ 유니폼을 입고 시타로 화답한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