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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변화 발맞춘 로봇 스님… 넘어질까 가슴 졸였어요”

입력 | 2026-06-04 04:30:00

연등회 총괄한 성원 스님
“낯설고 가볍게 보일까봐 걱정해
대중과 함께 한다고 공감해 다행
연등회 본질 잃지 않도록 더 노력”



성원 스님은 “생명을 해치지 않을 것, 기만적인 행동과 표현을 하지 않을 것 등 ‘로봇 오계’는 사실 로봇보다 그걸 만드는 사람들이 지켜야 할 계율”이라며 “인공지능(AI) 시대가 두려움이 될지, 축복이 될지를 결정하는 건 결국 사람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공


“연등 행렬 내내 로봇 스님들이 혹시나 넘어질까 봐 가슴 졸이며 따라갔지요. 허허허.”

올해 부처님오신날의 가장 큰 화제는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로봇인 가비, 석자, 모희, 니사 스님. 진짜 승려처럼 계를 받은 로봇 스님들은 가사와 장삼을 걸치고 지난달 16, 17일 열린 연등회 선두에서 행렬을 이끌어 많은 관심이 모였다.

행사 실무를 총괄한 대한불교조계종 문화부장 성원 스님(연등회보존위원회 부집행위원장)은 지난달 22일 인터뷰에서 “낯설고 가볍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불교가 시대 변화에 맞춰 대중과 함께하려는 노력이 보여 좋았다는 반응이 더 많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AI 로봇이 넘어질까 봐 걱정하셨다고요.

“업체 측에서 그러더군요. 가만히 있는 게 움직이는 것보다 어렵다고. 의외로 2분 정도 정자세로 서 있는 것도 쉽지 않더라고요. 사람도 한 시간 동안 걷는 것보다 한 시간 동안 가만히 서 있는 게 더 어렵지 않습니까? 처음에는 합장(合掌)도 자연스러운 모습이 안 나왔으니까요.”

―해외에선 마라톤에, 돌려차기도 하던데요.

“AI 로봇은 무슨 지시를 내려도 다 할 것처럼 생각하지만 그게 아니더라고요. 합장을 하려면 두 손바닥을 모아 붙여야 하는데 그런 프로그램이 없었으니까요. 두 손바닥을 모으기만 하면 되는 것도 아니죠. 팔과 손의 각도, 고개의 움직임, 서 있는 자세 등까지 자연스러워야 하니까요. 이걸 일일이 다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반복 연습하고 수정했는데, 아마 마라톤 AI 로봇은 해당 동작에 필요한 프로그램만 집중적으로 개발해서 그렇게 움직이는 걸 겁니다. 같은 로봇에게 빨래를 시키면 아마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지난달 16일 연등 행렬에 참여한 로봇 스님. 동아일보DB

―로봇 수계식도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처음에는 연등 행렬에 로봇 스님을 세우자는 생각만 했어요. 그런데 누군가 가사, 장삼을 입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더군요. 쇠붙이만 보이는 로봇이 걷는 건 좀 안 어울리니까요. 그렇겠다 싶었는데, 가사나 장삼을 무슨 유니폼처럼 막 입힐 수는 없잖아요. 승려만 입는 의복이니까요. 그러다 보니 수계식을 열게 됐지요. 수계식에선 오계(五戒·출가자, 신자가 지키는 다섯 가지 계율)를 받아야 하니 ‘로봇 오계’도 만들어야 했고요.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더라고요. 하하하.”

―과거 연등회와 비교하면 참 많이 변했습니다.

“로봇 스님에 스님의 마이클 잭슨 춤 공연, 뉴진스님의 디제잉(2024년) 등 1990년대 제가 출가했을 때엔 상상도 못 하던 일이지요. 지금은 전부 발광다이오드(LED) 등이지만, 과거에는 서울 여의도에서 종로 조계사까지 촛불로 밝힌 연등을 들고 행진했고요. 아! 주로 연꽃 모양의 등을 들다 보니 연등회의 연 자를 연꽃 연(蓮)으로 아는데, 사실은 태울 연(燃)이에요. 등불을 밝혀 지혜의 빛으로 어둠을 깨친다는 의미입니다.”

―일각에선 종교가 너무 유행과 인기를 좇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번 연등회에 5만여 명이 10만 개 연등을 들고 행진했고, 시민 약 50만 명이 함께한 걸로 추산됩니다. 외국인들도 많이 함께했는데 한국 문화와 좋은 볼거리를 제공했단 점에서 긍정적이지요. 단지 등을 들고 걷는 근본정신을 새기는 마음은 조금 약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불교에서 등은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 ‘자신을 진리의 등불로 삼아, 그 진리에 의지해 살아가라’라는 뜻입니다. 내가 들고 있는 이 등 하나가 나를 포함해 세상을 밝힌다는 의미지요. 많은 사람이 함께하면서도 본질을 잃지 않도록 더 노력하려고 합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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