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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키이우서 모두 떠나라” 최대규모 공습… 우크라 “굴복 없다”

입력 | 2026-05-27 04:30:00

러, 미사일 90발-드론 600기 동원… 이란戰에 美지원 줄어든 틈새 노려
우크라도 러 원유저장 시설 등 반격
치열해진 전쟁에 종전회담 멀어져
루비오 “우크라와 예정된 협상 없어”



25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성소피아 대성당에서 우크라이나군 교관으로 활동 중인 전직 미군 존 로버츠(왼쪽)와 우크라이나 군인이 탄약 상자에 그려진 성화(聖畫)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사한 미국인 전우들의 이름을 적고 있다. 이날 행사는 미국의 현충일 격인 ‘메모리얼데이’를 맞아 진행됐다. 키이우=AP 뉴시스


“빨리 키이우를 떠나라.”

러시아 외교부가 25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겨냥한 대규모 공습을 감행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키이우에 머물고 있는 각국 외교관과 민간인의 대피를 권고했다. 러시아는 하루 전에도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오레시니크’를 포함한 미사일 90발, 드론 600기를 키이우 일대에 퍼부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키이우를 대상으로 한 최대 규모의 공습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앞서 22일 우크라이나는 전쟁 발발 뒤 러시아 점령지가 된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 스타로빌스크의 사범대 기숙사를 드론으로 공격했다. 이 여파로 학생 21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을 당하자 러시아는 “인내심의 한계를 넘었다”며 대대적인 보복에 나섰다.

이에 맞서 25일 우크라이나 또한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 개발한 ‘스톰섀도’ 순항미사일로 루한스크 일대의 러시아 군사 시설을 공습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6일 텔레그램 영상을 통해 “방공 미사일의 부족이 심각하다”며 미국과 유럽 주요국에 지원을 호소했다. 올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 발발 후 전 세계의 관심이 중동으로 쏠리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종전 협상 대신 혈투에 돌입하는 형국이다.

● 러, 美 무기 부족해진 우크라 노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외교부는 25일 성명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민간인을 공격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키이우의 군수 시설 등을 체계적으로 타격하겠다”고 위협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역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의 통화에서 키이우 주재 미국 외교관, 미국인 등의 대피를 권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 공습에 오레시니크,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킨잘’, 이스칸데르-M 탄도 미사일, Kh-101 순항 미사일, 방공망 교란용 무인기 ‘파로디야’ 등을 동원했다. 특히 오레시니크 미사일의 사용은 전쟁 발발 후 세 번째다.

러시아의 대대적인 공습은 이란 전쟁으로 미국이 자국산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예전만큼 공급해 주지 못하는 상황과 관련이 깊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산 패트리엇 미사일에 의존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미사일을 요격해 왔지만 이란 전쟁 이후 패트리엇 미사일의 공급이 부족해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3일 밤∼24일 새벽 사이 러시아가 키이우 일대를 맹폭해 최소 4명이 숨지고 약 100명이 다쳤다며 “그들(러시아)은 완전히 미쳤다(deranged)”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스타로빌스크 공격이 인근의 러시아군 사령부를 타격한 것이며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군사 시설 인근에 학생 기숙사를 배치했다고 맞선다. 또 러시아에 스톰섀도 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확인하며 “침략자의 거점은 안전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 우크라도 맞공세… 평화 협상 비관론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25일 X에 키이우에 자국 외교관을 보낸 동맹국을 향해 “러시아의 협박에 굴복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카타리나 마테르노바 주우크라이나 유럽연합(EU)대사는 “EU는 키이우에 머물고 우크라이나와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키이우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25일 우크라이나 또한 러시아 브랸스크주의 원유 저장시설을 공격해 손상시켰다. 23일에는 러시아 남부 셰스하리스 석유 터미널, 페름 화학공장, 수도 모스크바 공항에 연료를 공급하는 송유 시설 등을 타격했다.

이로 인해 이번 전쟁의 평화 협상은 점점 멀어지는 분위기다. 24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는 미국이 우크라이나로 하여금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포기하라고 압박할 수 있다는 믿음을 잃었다. 대규모 군사 작전에 대한 푸틴의 확신이 커진 상태”라고 전했다.

인도를 방문 중인 루비오 장관은 26일 “이 전쟁의 종식을 지원하기 위해 모든 일을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다만 “현재 우크라이나 측과 예정된 협상은 없다”고 덧붙였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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