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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보고 따라 때렸어요”… 초등생 학폭 2년새 2.5배로 급증

입력 | 2026-05-20 04:30:00

푸른나무재단, 초중고 8476명 조사
초등생 “학폭 경험” 4.9%→12.5%… 신체폭력 21% 초등생이 가장 높아
“어린 학생들 폭력-장난의 경계 혼란
온라인게임, 학폭 이어져 대책 시급”




초등학교 2학년 김수민(가명) 양은 같은 반 친구로부터 자주 맞았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느낀 김 양은 결국 학교에 피해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가해 학생은 “장난이었다”며 김 양이 과하게 반응했다는 식으로 주장했다.

지난해 초등학생 중 12.5%가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해 2년 전보다 그 비율이 2.5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체 폭력의 비중이 크게 늘면서 게임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폭력에 쉽게 노출된 어린 학생 사이에서 폭력과 장난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초등생 10명 중 1명 “학교폭력 경험”

학교폭력 예방 활동을 하는 비영리 공익법인(NGO) 푸른나무재단은 19일 서울 서초구 재단본부에서 ‘2026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재단이 지난해 11, 12월 전국 초중고교생 8476명을 설문한 결과 이들의 학교폭력 피해 경험률은 6.2%로 나타났다. 2023년 3.5%에 비해 2배 가까이로 늘었다.

특히 초등학생 가운데 학교폭력을 겪었다고 응답한 비율이 2023년 4.9%에서 지난해 12.5%로 약 2.5배로 증가했다. 중학생 3.4%, 고등학생 약 1.6%보다 크게 높았다. 김유미 대구들안길초등학교 교사(43)는 “갑자기 기분이 나빠 상대방을 때린 학생과 상담해 보면 ‘유튜브를 보고 따라 했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어린 나이에 폭력적 콘텐츠를 접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점이 배경인 것 같다”고 말했다.

조사에서 사이버폭력과 언어폭력 등 전체 폭력 유형 가운데는 신체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한 비중이 크게 늘었는데, 역시 초등학생의 응답 비율이 가장 높았다. 초등학생은 21.2%, 중학생은 9.5%, 고등학생은 2%였다. 전체 초중고교생 신체폭력 경험 비율은 2024년 11.9%에서 지난해 17.9%로 증가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22.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어린 학생일수록 몸 장난과 몸놀림, 폭력의 경계를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미정 푸른나무재단 상담본부장은 “폭행이라는 점을 충분히 설명해 줘야 하는데 아이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학교폭력을 겪은 한 초등학교 6학년생은 “친구가 갑자기 도서관에 있는 빈백으로 머리를 때린 뒤 발목을 잡고 질질 끌고 가 계단에서 밀쳐 코가 부러졌는데, (상대 학생 측에서) ‘장난이었고 (피해 아동이) 넘어진 것’이라고 해서 병원비도 받지 못했다”고 조사에서 밝혔다.

● 온라인 게임, 학폭 주요 공간으로


최근에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폭력도 문제로 대두된다. 특히 사이버폭력 피해 응답군 가운데 온라인 게임에서 피해를 봤다고 답한 비율이 2024년 16.2%에서 지난해 39.9%로 증가했다. 온라인 게임은 사이버 갈취·강요와 사이버 성폭력 피해 장소 1위로 조사됐다.

온라인 게임이 오프라인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올해 한 초등학교 남학생은 같은 반 학생과 온라인 게임을 하던 중 지속적인 욕설과 패드립(패륜적 언행)을 당했다. 이후 게임에서 패배하자 가해 학생은 다음 날 학교에서 “너 때문에 졌으니 돈을 내놓으라”며 현금을 빼앗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이버폭력을 주로 경험한 온라인 게임으로는 이용자끼리 실시간 소통을 할 수 있는 리그오브레전드, 배틀그라운드, 로블록스 등이 꼽혔다.

재단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도교육감과 지방자치단체장 후보에게 “피해 학생 전담 지원센터와 가해 학생 교정·치료 특화센터를 마련하고 예방부터 보호, 회복까지 이어지는 인공지능(AI) 기반 통합 지원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폭력 예방 교육을 단순 외부 특강 수준에 그치지 말고 교과 과정 안에 녹여내야 한다”며 “문학이나 사회 과목에서 갈등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토론하고 배우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고진영 기자 go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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